'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가 주창한 개념이다. 기존 산업이 간과한 부분이나 낡은 구조를 깨버리는 새로운 기업 출현 또는 기술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된다. 최근에는 애플 아이폰에서 시작된 스마트폰 시장이 대표 창조적 파괴 사례로 언급된다.
전기차, 공유경제, 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OTT) 등 최근 1~2년 사이에도 창조적 파괴에 해당하는 산업이 속속 등장했다. 어떤 것은 이미 기존 주류 산업 위치를 위협하고 있다. 기존 산업과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이는 나머지도 언젠가 전면에 등장하리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흑자 진입한 테슬라, 내연기관 밀어낼 채비 마친 전기차
테슬라는 지난해 3분기 흑자전환했다. 7분기 만이다. 5만6065대가 판매된 모델3가 실적을 이끌었다. 테슬라 흑자 전환은 순탄치 않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8월 “테슬라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트위터에 밝혔다.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테슬라 주가가 요동쳤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그를 고소했다.
이 해프닝은 테슬라와 일론 머스크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 머스크가 진두지휘하는 테슬라는 완전 자동화를 목표로 전기차 공장을 운영했다. 2017년 여름 출시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3는 예약 물량을 소화해내지 못할 정도로 과부하가 걸렸다. 머스크는 지난해 4월 CBS와 인터뷰에서 “테슬라의 과도한 자동화는 실수”였다면서 자동화 개선을 시사했다.
2018년 3분기 실적에서 테슬라가 '반전'을 이뤄내자 시장과 소비자는 확신을 가졌다.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가 첫 보급형 모델 생산에서 성공하며 시장 주류로 진입하는 순간이었다. 머스크는 “역사적 분기”라며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모델3는 테슬라를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머스크의 말처럼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은 전기차로 중심을 옮기는 추세다. 아우디는 지난해 9월 브랜드 최초로 양산형 순수 전기구동 모델인 '아우디 e-트론'을 공개했다. 전기차 최초로 브레이크-바이-와이어 시스템을 도입해 감속 중 90% 이상 에너지를 회수한다. 최대 30% 이상 추가 주행거리 확보가 가능하다. 아우디는 올해 두 번째 전기차인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 2020년에는 순수 전기 컴팩트 모델을 선보이며 라인업을 늘린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첫 전기차 'EQC'를 내놓고 2020년까지 10여종 전기차를 시장에 선보인다. 현대차 역시 다양한 차량에 적용이 가능한 전기차 플랫폼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전면에 등장한 숙박·차량 공유경제, 소유 개념이 달라진다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와 리프트는 올해 상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모건스탠리 등에 따르면 우버는 1200억달러(약 135조원), 리프트는 300억달러(약 33조원) 규모 기업가치를 가졌다.
중국 디디추싱, 동남아 그랩 역시 기업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디디추싱은 800억달러(약 90조원), 그랩은 110억달러(약 12조원)으로 추산된다.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도 상장설이 끊이지 않는 유니콘(10억달러 기업가치를 가진 스타트업)이다.
공유경제는 국내에서도 화두다. 지난해 한국에서 카카오 카풀을 놓고 점화한 택시업계 반발을 기점으로 공론화가 본격화됐다.
한국은 유럽, 북미에 비해 택시 공급이 많고 요금이 싸다. 동남아와 아시아 시장에 비해서는 비교적 잘 갖춰진 대중교통 체계를 갖췄다. 승차공유 경제가 제도권에 진입하는 데 장애물이 많다.
여러 난제에도 타다, 풀러스, 쏘카 등 승차공유 업체와 카카오 택시, 티맵 택시 등 콜택시 서비스가 활성화하는 조짐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4~10배 이용자 성장을 기록했다.
◇더 이상 TV 안 봐...엔터산업 주도권 쥔 인터넷 방송·OTT
넷플릭스는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약 30만명 이상 가입자를 모은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LG유플러스와 제휴하며 IPTV 시장까지 진출했다. 1998년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사업으로 시작해 오리지날 콘텐츠를 내세우며 글로벌 영상 스트리밍 업체로 급성장했다.
국내 가입자는 적지만 넷플릭스가 가진 폭발적 잠재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상파가 주축이 된 방송협회는 5월, 11월 연속으로 넷플릭스 반대성명을 냈다. 미디어산업을 파괴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방송협회는 “넷플릭스는 플랫폼 수익 50~60%를 배분받는 국내 콘텐츠 사업자와 달리 이번 제휴에서 수익 대부분인 85% 90% 배분 조건을 관철시켰다”면서 “국내 사업자 역차별을 넘어 국내 콘텐츠 제작 재원으로 돌아가야 할 수익을 거대 글로벌 기업이 독점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존 방송업계가 반발하지만 OTT는 확산될 전망이다. 유튜브와 아프리카TV는 이미 연예인 등 기존 TV 중심 엔터테인먼트 산업 종사자까지 가세하는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인터넷방송을 직업으로 삼는 BJ, 스트리머, 유튜버 등 단어는 낯설지 않다. 게임은 이미 지상파나 케이블보다 인터넷 방송으로 더 많은 홍보와 마케팅을 펼친다.
'2017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광고 매출은 2011년 2조3754억원에서 2016년 1조6228억 원으로 감소했다. 5G 시대가 본격화되면 동영상 콘텐츠 수요가 늘어난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