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는 생각보다 빨리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며,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계산능력을 보유해 슈퍼컴퓨터로도 풀지 못하는 사이버 암호체계를 파괴할 겁니다. 제가 양자컴퓨터를 '미래 핵무기'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아서 허먼 미국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양자컴퓨터를 선점하는 자가 미래 패권을 거머쥘 것이며, 이는 핵무기가 2차 세계대전 승패를 가른 것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1961년 설립된 보수성향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는 2018년 초 '퀀텀얼라이언스 이니셔티브(QAI)'를 결성하고 미국 정부 양자지원법 제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허드슨 연구소는 홈페이지에서 QAI 탄생 배경으로 2017년 10월 열린 국제 콘퍼런스를 지목했는데, 이 콘퍼런스에서 '양자혁명'을 주제로 연설한 게 SK텔레콤이어서 의미가 남다르다.
허먼 선임연구원은 “양자암호통신은 한국이 최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면으로 양자기술 중요성과 전망 등을 들어봤다.
-자기소개를 해 달라.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QAI 의장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퓰리처상 최종심에 오른 역사학자다.
-허드슨 연구소는 어떤 곳인가.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싱크탱크다. 과학기술을 국가 정책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 연구하고 발언해온 오랜 전통을 가졌다. 트럼프 행정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최근 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을 주제로 중요한 연설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곧 서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양자이니셔티브(NQI) 법안'을 도입하는 데 나와 연구소가 기여했다. NQI 법안은 2018년 12월 19일 의회를 최종 통과해 대통령 서명만 남았다. 양자 분야에 4년간 1조3000억원을 긴급 투입한다.
-양자컴퓨터가 국가 안보와 경제는 물론 자유민주주의에도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현존하는 세계 대부분 사이버 암호 시스템을 뚫을 수 있게 된다. 통신 네트워크와 정부 통신망, 국가 보안망 등을 가능한 한 양자컴퓨터로부터 안전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사이버 진주만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미국이나 동맹국이 대비하기 전에 중국이 양자컴퓨터 기술을 갖게 된다면 글로벌 힘의 균형은 중국으로 쏠릴 것이고,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세계 민주주의는 위기에 처할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양자컴퓨터를 '미래 핵무기'로 부른 이유가 무엇인가.
▲양자컴퓨터는 양자물리학 원리를 이용해 계산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며,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를 훨씬 능가한다. 현존 PSA 암호체계를 지탱하는 백 자릿수 이상 대규모 소수 계산도 쉽게 끝낼 수 있다. 내가 기고나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주장한 것처럼 이런 능력을 가진 양자컴퓨터 등장은 글로벌 힘의 균형을 결정적으로 바꿀 잠재력을 가졌으며, 이는 마치 2차 세계대전 후 세계 질서를 결정지은 핵무기 역할과 유사하다.
-양자컴퓨터 시대가 언제 도래 한다고 보는가
▲10년, 늦어도 20년 안에 온다고 본다. 양자 회의론자는 수천 개 미세한 양자비트(큐비트)를 '결맞음' 상태로 유지하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술 난제는 항상 사람들 생각보다, 특히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과학자 생각보다 훨씬 빨리 해결된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양자기술이 가장 앞선 나라는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양자컴퓨터 분야는 미국이 주도한다. 그러나 중국이 미국을 앞지르기 위해 30배나 많은 돈을 퍼붓고 있다.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는 한국보다 잘하는 나라가 없다. 나는 미국이 한국처럼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도 강하고 혁신적이었으면 좋겠다.
-미국과 중국 양자컴퓨터 기술 경쟁이 중요하다고 본 이유는 무엇인가.
▲대답은 간단하다. 중국이 이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전제정치가 승리한다. 미국이 이긴다면 자유민주주의가 이긴다. 이것으로 대답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문제도 잘 아는 것 같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전기를 쓰기 위해 한국전쟁을 연구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 전부터도 미사일 방어 체계에 관심이 깊었다.
-한국과 미국이 양자산업에서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보는가.
▲나는 매일 양국이 양자 분야에서 협력하기를 기도한다. QAI 설립 목적 가운데 하나는 양국 산업계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양자기술 공동 개발에 협력하는 것이다.
-한국에는 양자컴퓨터 회의론자가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양자컴퓨터 회의론자를 만날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양자컴퓨터는 여러분이나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우리 삶의 모든 국면을 매우 광범하게 바꿔놓을 것이다. 이는 마치 해일과 같다. 재앙이 닥친 후에는 뒤처리에 훨씬 많은 비용이 든다. 따라서 그것이 도착하기 전에 대비하는 게 현명하다.
*아서 허먼은
미국 미네소타대와 존스 홉킨스대에서 사학을 전공했으며 현재 허드슨 연구소에서 기술, 실용과학, 국방전략, 경제 분야 선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뉴욕포스트, 내셔널 리뷰, 월스트리트 저널 등 다수 언론에 기고한다. 조지타운대, 조지메이슨대 등에서 사학을 가르쳤다. '어떻게 스코틀랜드인은 근대 세계를 발명했나' 등 베스트셀러를 포함해 총 9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