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드러내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2차 북미정상회담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이 상응조치 없이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하면 '플랜B'를 선택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남북 관계에서는 전제 조건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TV를 통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언제든 또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으며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포함한 대화 의지를 밝히면서도 일방적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미국이 제재 책동 등으로 압박을 지속하면 조선반도 평화를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답보상태인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권 확보를 노린 발언이다. 미국이 제공할 '상응 조치'를 거듭 촉구하면서 '새로운 길'이라는 플랜B를 언급하며 압박했다. 북한이 제3의 시나리오로 어떤 복안을 구상 중인지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판문점 선언과 평양 공동선언 등 '경이로운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 상상하지 못한 경이적 성과가 짧은 기간에 이뤄진 데 대단히 만족하게 생각한다”며 “평화번영 역사를 쓰기 위해 마음을 같이한 남쪽 겨레에 인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남북 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제 조건과 대가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 신년사에 “남북관계 발전과 북미관계 진전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본다”면서 “김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는 새해에 한반도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북측 내부 차원에서는 자력갱생을 통한 자립경제 구축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자립경제의 잠재력을 남김없이 발현시키고 경제 발전의 새로운 요소와 동력을 살리기 위한 전략적 대책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과학개혁사업 중요성과 투자 의지도 밝혔다. 경제적 가치가 큰 핵심 기술 연구에 집중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인재와 과학기술은 사회주의 건설에서 대도약을 일으키기 위한 우리 주된 전략적 자원이고 무기”라며 “국가적으로 인재 양성과 과학기술 발전 사업을 목적 지향성 있게 추진하며 그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2013년부터 매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올해는 중앙TV가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이 양복 차림으로 신년사 발표를 위해 노동당 중앙청사에 입장하는 장면부터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읽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