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신년사는 예년에 비해 '경제 활성화' 의지를 폭넓게 담았다. 동시에 미국과 우리 정부에 경제제재 완화를 과제로 던졌다. 비핵화 관련 상응조치가 따른다면 건설적인 '밝은 미래'를 향해 손을 내밀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1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된 2019년 신년사를 통해 “국가경제사업에서 중심을 틀어쥐고 전망적 발전을 도모하면서 경제 활성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인민 경제 모든 분야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목표 수행에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며 지난해 새로 설정한 국가전략 '경제 건설'에 신년사 절반을 할애했다.
지난해 신년사에서 '핵'을 22차례 언급하고 “핵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있다”며 미국을 압박했던 것과는 반대다. 올해 신년사에서는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도 시험하지도 않겠다”고 선포했다.
김 위원장은 경제활성화 계획을 밝히면서 대외적인 경제협력, 교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남북 간 경제협력의 최대 산물이었던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사업의 재개를 제안, 남북경협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며 '조건부 재개'를 합의한 것보다 전향적이다. 사업 재개 방안을 실제 논의해보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표면적으로 긍정적 제안을 했지만 한국과 미국에 사실상 '숙제'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두 사업 재개를 위해선 미국과 상의해 유엔을 통해 '승인' 받아야 한다.
대북 제재 국면 전환을 위해서는 미국의 결심이 필수다. 북한이 미국에 비핵화 상응 조치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사업 재개를 위한 제재 완화 혹은 면제를 우회적으로 요구한 것이다. 동시에 우리 정부에도 미국과의 협의에 힘써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읽힌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말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대북 제재 관련 경제 협력 현안이 일부 해결된 것을 의식해 메시지를 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미 워킹그룹 출범 후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 착공식 등이 이뤄졌다.
김 위원장 신년사에 따른 미국 측 반응이 관건이다. 북한이 북미 정상 대화로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뜻을 확인했지만 기존과 다름없이 제재 완화 등 상응 조치도 촉구했기 때문이다. 미국 측 결단에 따라 2차 북미정상회담 성사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