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으로 복잡한 대한민국 고지서 청구 문제를 해결했다. QR결제로 130만명 소상공인 수수료를 절감했다. 복잡한 공인인증서도 대체했다. 정부조차 하지 못한 일을 '금융+IT'를 결합해 1년 반 만에 카카오페이가 일궈낸 성과다.
한 발을 내딛는 용기, 그 마음가짐으로 지낸 1년 반의 시간이다.
카카오페이는 어렵고 불편했던 금융 허들을 낮추고, 고액 자산가 위주의 금융서비스를 뜯어고쳤다. 포괄적 금융을 생활 속으로 끌어들였다. 월 거래액만 3조원에 달한다. 그 사이 카카오페이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혁신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카카오페이 성공 요인은 단순하다. 사용하는 데 번거로운 것을 모두 걷어냈기 때문이다. 2019년 기해년, 카카오페이는 또 다른 혁신에 나선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만나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물었다.
-카카오에서 분사한 후 다양한 혁신 사업을 시도해왔다. 소회는.
▲카카오에서 분사한 지 2년째 접어든다. 한 달밖에 되지 않은 기분이다. 2017년 카카오페이 연간 거래액은 3조7000억원 정도였다. 공격적 간편결제 서비스 확장으로 지난해 10월 한 달 거래액이 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월 목표는 3조원 돌파다. 연 20조원 거래도 눈앞이다.
카카오페이 QR결제 서비스에 대한 주변 우려가 많았다. 결제 수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보유한 계정을 통해 거래가 발생하는 게 중요했다. 우리 목표는 명확하다. '국민 생활 금융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사용이 복잡하고 장벽이 있는 금융 허들을 낮춰 카카오페이 하나로 모든 금융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출범 배경이다. 현재 제공하는 결제, 송금, 멤버십, 청구서, 인증과 같이 금융 거래 기반이 되는 서비스로 트래픽을 늘리고 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로 생활 속 금융을 관철하겠다. 어렵고 번거로운 것은 IT로 해결할 수 있다.
-지난해 카카오페이가 일군 성과가 있다면.
▲우리나라 모바일 결제 시대를 본격화한 것이다.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카드, 현금 없이 오프라인에서 결제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았다. 플라스틱 카드 인프라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바일이 생활 중심이 되면서 결제 수단도 바뀌고 있다. 세계 트렌드다. 카카오페이는 2014년 국내 최초로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을 열었다. 지난해 1월, 카카오페이 카드로 오프라인 시장에도 진출했다. 5월에는 QR코드, 바코드로 오프라인에서도 결제 가능한 인프라를 도입했다. 모바일 결제 시장 포문을 연 셈이다. 가맹점 확보가 필수였다. 현재 19만곳 이상 가맹점을 확보했다. 사용자에게는 스마트폰 기종에 상관없이 이미 깔려 있는 카카오톡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 반응이 매우 좋다. 한 번 편리함을 경험한 사용자가 계속 서비스를 이용한다. 거래액도 월 3조원에 근접했다. 2~3년 안에 가맹점 100만개 확보를 목표로 잡았다. 또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장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온라인 결제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잡았다. 오프라인 시장 공략을 본격화해 플라스틱 카드로 결제하는 환경을 바꾸겠다.
-2019년 카카오페이 역점 사업은 무엇인가.
▲그간 청구서비스, QR결제, 카카오인증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고 반응도 뜨거웠다. 결국 카카오페이 모든 서비스는 금융비즈니스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로 보면 된다.
올해에도 금융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투자 사업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가 지금까지 일상 곳곳에서 일어나는 금융생활에 혁신을 제공해왔다면 카카오페이 투자는 어렵고 복잡했던 기존 투자와 달리 쉽고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이다. 별도 예치금 계좌 없이 카카오페이 머니로 바로 투자할 수 있고, 1만원부터 투자가 가능해 허들을 낮췄다. 현재 거의 매일 모든 상품이 완판되고 있다. 현재는 제휴사가 제공하는 중위험·중수익 투자 상품을 중개하고 있지만 앞으로 투자 상품 라인업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올해 카카오페이의 주요 사업계획은 '전문 금융 서비스 확대'로 요약된다. 기존 지불결제 서비스를 전문 금융 영역으로 연결해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 투자 상품 다양화 등을 통해 카카오페이 플랫폼에서 만날 수 있는 서비스를 대폭 늘리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일각에서는 QR방식 결제보다는 근거리무선통신(NFC)결제 방식이 결제시장 중심이 될 것이란 전망이 있다. 어떤 입장인가.
▲QR와 NFC 논란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결제 매체일 뿐이다. 핵심은 사용자가 카카오 계정을 쓴다는 것이다. 사용자가 편하면 그 수단이 메인이 되는 것이다. NFC는 인프라 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NFC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는 비용 부담을 누가 질 것이냐는 문제 때문이다. 이에 비해 QR플랫폼은 비용 효율적이다. 사용자 수용성도 매우 좋다. 촬영에 익숙한 젊은층이 QR를 선호하고, 이들이 향후 경제를 이끄는 주체가 된다. 최근 동대문에서 카카오페이가 마켓페스트 행사를 한 적이 있다. 무대 스크린에 큰 QR코드를 띄워서 하는 이벤트였다. 현장 방문객이 쉽고 편리하게 스마트폰으로 QR를 촬영하며 이벤트를 즐겼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결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또 사업 파트너로 앤트파이낸셜그룹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QR결제는 중국이 먼저 시작했다. 기술, 보안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고, 앤트파이낸셜과 다양한 사업을 검토한다. 중국 내 P2P크라우드펀드 비즈니스를 예로 들 수 있다. 서로 사업을 어떻게 펼칠지 논의 중이다. QR 기반 결제뿐만 아니라 크로스보더 등 여러 금융 서비스에서 공조체제를 갖출 것이다.
글로벌 크로스보더 결제 서비스는 1분기 내 국내 사용자에게 먼저 선보일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일본에선 알리페이와 협력해 구축한 가맹점에서 카카오페이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가 먼저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 페이(Pay) 사업자가 늘고 있다. 간편결제 시장이 레드오션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실제 카카오페이가 간편 결제 시장 참여 후 다양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등장했다. 포털은 물론 스마트폰 제조사, 유통 등 다양한 분야 플레이어가 유관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는 어쩌면 기존 결제 서비스에 대해 사용자가 느낀 불편함이 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업자는 많아졌지만 서비스를 선택하는 건 어차피 고객이다. 편의성 측면에서 자신이 있다. 하나의 서비스로 채널과 수단 제한 없이 다양한 생활영역에 적용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온라인 간편결제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결제까지 본궤도에 오르면 카카오페이는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간편결제 서비스로 자리잡을 것이다. 국내 간편결제 사업자는 충분히 많다고 본다. 결국 상위 2~3개 플레이어만 남고 정리될 것이다. 얼마나 많은 신뢰를 바탕으로 사용자에게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느냐가 관건이다.
-해외시장 진출 계획이 있는가.
▲지금은 해외시장에 직접 진출하기보다 자국민을 위한 서비스 확대에 중점을 둘 때다. 중장기로 당연히 해외사업을 검토한다. 우량 해외 자산에 투자하거나 여러 좋은 상품을 국내에 선보이는 사업은 강화할 계획이다. 얼마 전 미국 나사(NASA)빌딩이 사모펀드나 일부 PB에게만 판매됐다. 이런 우량 자산을 카카오페이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일반 개인에게 팔 수 있다면 소액 투자로 매우 유용한 사업이 될 수 있다. PB상품은 최소 금액이 5억~10억원이다. 대다수 일반인이 이 정도 자산을 갖고 투자하기 힘들다. 소수 자산가를 위한 서비스가 아닌 모든 국민이 편하게 쓸 수 있는 포괄적 금융을 지향한다. 이 같은 철학을 갖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을 노크할 것이다.
-시장에서 여전히 핀테크 기반 규제가 많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핀테크 기업으로서 규제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조금씩 규제가 완화되고 있지만 중요한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국내만 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 상황을 봐야 한다. 선진국과 유사한 규제 환경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게 금융사는 병역특례기업에서 제외돼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지불결제 시장에 일부 여신 기능을 포함시키는 방안도 필요하다. 청구서는 지방세는 종이 고지서만 법적 효력이 있다. 카카오페이 청구서비스를 이용하더라고 종이 고지서를 보내야 한다. 그 외에도 신사업을 할 때 여러 라이선스를 확보해야 하고 활동에 제약이 많다. 조금 더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
-카카오페이를 어떤 기업으로 만들고 싶은가.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고 싶다. 국내 금융사도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소외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소수 자산가가 편하게 쓸 수 있는 서비스로 치우친 느낌이 있다. 카카오페이는 국민을 상대로 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다. 자산관리에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믿고 맡길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
카카오페이는 기술 기반으로 새로운 금융을 만들어나가는 기업이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존 울타리에 익숙해지지 않겠다. 사용자가 느끼는 금융 불편함을 모두 걷어내는 데 주력하겠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국내 통신시장에 큰 반향을 가져온 카카오 보이스톡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국내 최초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를 성공시키며 우리나라에 생소했던 핀테크 산업이 영역을 넓히는 데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카카오 페이먼트사업부 본부장, 다음카카오 핀테크 총괄 부사장, 카카오 핀테크 사업 총괄 부사장을 역임하며 핀테크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2017년 1월 카카오 이사회에서 독립법인 카카오페이 신설을 확정하면서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2017년 4월 자회사 출범 후 결제, 송금, 멤버십, 청구서, 인증 등 서비스 전 영역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끌었다. 2018년 5월에는 QR코드·바코드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갑 없는 사회(wallet-less)' 실현을 가시화하는 데 기여했다.
카카오페이를 출시 4년 만(2018년 11월 기준)에 가입자 2500만명, 월간 거래액 2조3000억원(2018년 10월 기준)에 달하는 국내 대표 생활 플랫폼으로 성장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