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산센터 가동 전, 모든 카카오뱅크 IT직원이 수개월간 10번 이상 성능 테스트를 했습니다. 협력사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지요. 그런데 카카오뱅크 서비스 첫날, 엄청난 트래픽이 발생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합니다.”
엄준식 카카오뱅크 인프라파트장은 주전산센터 가동 첫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카카오뱅크가 제공하는 금융서비스가 원활하고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그림자 역할을 자처했다. 10번 이상 성능 테스트를 한 이유도 조금씩 인프라가 갖춰질 때마다 생기는 설레임이 책임감으로 또 카뱅의 기대감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IT역량을 내재화하겠다는 다소 무모한 용기가 지금의 카카오뱅크를 만드는 데 일조했을 것이라고 만족해했다.
그는 “카뱅 IT인프라는 비대면 700만 유저가 사용하는 공공인프라이며 최고의 모바일 금융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막중한 소명의식이 있었다”며 “카카오에서 배웠던 IT경험을 어떻게 금융IT센터에 이식할 것인가가 최대 숙원과제였다”고 설명했다.
x86기반 리눅스 시스템과 오픈 소스를 조기 채택한 것도 다양한 IT구축 경험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엄 파트장은 2000년 한국오라클을 거쳐 2008년 다음커뮤니케이션, 2014년 카카오에서 잔뼈가 굵은 IT베테랑이다.
엄 파트장은 “초기 아무것도 없던 환경에서 카카오뱅크 전산센터를 선정하기 위해 직원들과 전국을 돌아다닌 기억이 난다”며 “오픈 전 수많은 성능테스트를 하고 온라인으로 긴급히 장비를 투입해 적시 대응 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주도 아래 개발팀과 인프라팀이 사전에 예비장비를 충분히 확보하고, x86기반 리눅스시스템을 채택해 보다 따른 대응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외주 인력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운영한다. 외주 인력에 의해 운영업무가 진행될 경우, 주어진 업무에 대해서만 대응하는 '수동형 업무'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엄 파트장은 “카카오뱅크는 장애처리까지 직접 직원이 담당하고 장애 관련 사전 감지, 점검 등을 자발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개발파트에서 장애알림에 대한 애플리케이션(앱)도 자체 개발해 임계치를 초과한 장애알림이 담당자에게 실시간 전달·처리된다.
그는 “인프라 초기 구축부터 새로운 기술 도입에 많은 부분을 검토했고 IT인프라에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엄 파트장은 “금융사가 외부 클라우드 환경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정안이 시행된다”며 “카카오뱅크도 오랜 기간동안 클라우드 이용을 고민해왔고 개정안을 참고해 클라우드 환경을 이용할 업무범위에 대해 검토에 돌입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IT개발자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엄 파트장은 “카카오뱅크 인프라 인력과 개발자는 카카오에서 풍부한 운영경험을 갖춘 전문가들”이라며 “경영진 또한 전산센터 구축과 운영에 대한 지원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IT직원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배려가 책임의식으로 발현되고 고객 서비스에 사전 대응이 가능한 생태계가 조성됐다고 부연했다.
고객 정보 보안 등에 대해 원칙을 지키는 카카오뱅크를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뱅크는 형식적으로 재해복구 훈련을 하지 않는다”며 “주센터에 재해 발생 시 서비스 중단을 최소화하기 위해 DR센터 용량관리, 복구훈련을 반기에 한번씩 한다”고 말했다. 비상 매뉴얼도 실제 문제가 발생하면 그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모든 부분을 만들어놓았다고 덧붙였다.
엄 인프라장은 “기술 진화가 금융 변화를 이끄는 시대, 그 변화 핵심은 최고의 모바일 금융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앞으로 카뱅이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는 데 일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