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기해년 새해를 맞아 '변화'와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자고 입을 모았다. 대내외 경제 환경이 불확실하지만 선제 변화로 위기를 극복하자고 다짐했다. 주요 그룹이 일제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갖추고 과감한 도전에 나서자고 강조했다.
2일 주요 그룹은 시무식을 열고 올 한 해 경제 상황 위기감을 표하면서도 '혁신'을 통해 도약할 것을 밝혔다. 위기 상황에 움츠리지 말고 과감한 도전과 선제 변화로 위기를 돌파할 것을 다짐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는 '초일류'와 '초격차'를 통해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초일류·초격차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자”고 역설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총괄부회장은 처음 주재한 시무식에서 '변화'와 '혁신'을 키워드로 제시하며 사업 경쟁력 고도화와 미래 대응력 강화를 주문했다. 변화를 내재화하기 위해 선진 경영 시스템과 유연한 기업 문화 도입도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도 더 큰 행복을 만들어 사회와 함께할 것을 강조했다. SK그룹은 행복 창출 방법론으로 사회가치(SV)를 통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과 글로벌 성과 창출 등 국내외 경영 환경 변화에 따른 경영 전략을 실행해 나가기로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처음 주재한 시무식에서 고객 중심에 방점을 찍었다. 구 회장은 “LG가 쌓아 온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는 동시에 더 높은 도약을 위해 변화할 부분과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 봤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게 있었다”며 변화 출발점으로 'LG만의 진정한 고객 가치'를 제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비즈니스 전환'을 이뤄 내자”며 변화를 강조했다. 사업 전반에 걸친 디지털 전환으로 혁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발굴, 육성하자고 덧붙였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고 끊임없는 진화와 혁신을 통해 압도하는 성과를 창출하자”고 주문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스마트한 초저가로 시장을 선점하자면서 “먼저 우리 업무 방식과 마음가짐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올해 재계 신년사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주요 그룹이 일제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고 한 부분이다. 변화와 혁신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실패'를 용인하고 과감히 도전하자는 주문이다. 삼성전자는 “건설적인 실패를 격려하는 기업 문화, 신기술에 대한 과감한 도전과 투자를 하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실패를 회피하고 비난하는 문화에서 탈피해 실패를 인정하고 실패로부터의 교훈을 성장 동력으로 삼는 문화로 전환하자”고 했다. 롯데그룹도 “성공보다 '빠른 실패'(fast failure)를 독려하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신년사에서 실패를 강조한 것은 현재 사업에 안주하기보다 실패하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실패 경험마저 자산으로 삼아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자는 제안”이라면서 “'복지부동' '무사안일' 등 낡은 한국식 조직 문화를 탈피하지 않으면 혁신할 수 없고,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