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한 스타트업이 무려 101개다. 2018년 스타트업계가 얼마나 뜨겁고 활발했는지를 보여 준다.
반면에 기업공개(IPO)는 그리 활발하지 않았다. 이는 주식 시장보다 기관투자가에 의해 회사를 사고파는 일이 더 많다는 자금 시장 현주소를 보는 것과 같다.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인공지능(AI), 로봇 전문 회사다. 놀랍게도 2015년에 창업해 3년 만에 유니콘기업 반열에 올랐다. 기업 가치가 40억달러에 이르는 중국 신생 기업이다. 지금까지 미국 등 성공한 모델을 내수 시장이 큰 중국 시장에서 구현하는 모방형 플랫폼 회사와 달리 이 회사는 AI 두뇌인 칩을 개발하는 하드웨어(HW) 기술 회사다.
사물인터넷(IoT) 시대에는 모든 사물이 AI 두뇌를 갖추게 되고, 고속 처리 능력이 필수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는 운행 도중에 정보를 수집해서 실시간으로 운행에 관한 의사결정을 한다. 이때 클라우드 환경을 오가는 데이터 통신 지연은 일절 허용되지 않는다. 즉 자동차 자체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브레인'이 필요하다.
이런 기기의 단말에서 더 많은 정보 처리와 의사결정이 필요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에지 컴퓨팅'이라 한다.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AI를 구현한 에지 컴퓨팅 분야 선두 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다른 표현으로는 HW 속에 내장되는 소프트웨어(SW)를 임베디드 SW라고 하는데 이 회사는 AI 임베디드 회사다.
호라이즌 로보틱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위카이 박사는 바이두에서 딥러닝 연구 부문 설립자이자 책임자였다. 이전에 지멘스 등 유럽과 미국의 많은 연구소에서 AI 연구를 경험했다. 난징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고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신경망 기술을 활용한 AI 칩을 만들었다. 인텔 칩의 아키텍처상 약점인 제한된 고속 병렬 작업을 극복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독창성과 혁신성으로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인텔의 자금을 받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닝사이드벤처캐피털, 힐하우스캐피털, 세쿼오아캐피털 등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벤처캐피털로부터도 10억달러 이상 투자를 받았다.
회사는 자율주행차 두뇌를 만드는 일을 주요 사업으로 시작했다. 자율 주차가 가능한 차량의 도로 운행 시험을 중국에서 했다. 독일 아우디자동차의 자율주행차 개발과 관련해 중국에 합작사를 설립했다. 우리나라 SK텔레콤과도 AI 사업 분야 협력 협약을 맺었다.
회사는 또 카메라를 스마트하게 만드는 칩을 만들어 사진이 피사체 얼굴을 50만명까지 인식하는 칩을 개발했다. 이것으로 새로운 카메라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호라이즌 로보틱스가 높이 평가받는 주된 배경에는 중국이 적극성을 보이는 반도체 산업 육성 정책도 한몫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란 반도체가 이전 산업혁명 시절의 석유보다도 더 많이 사용되는 시대다. 차세대 반도체란 바로 AI로 무장된 임베디드 반도체라는 점에서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 기술 굴기를 상징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반도체 회사가 주목하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와 자금 시장의 절묘한 결합체인 산업 정책이 대기업은 적대시하고 견제 대상으로만 보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대비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병태 KAIST 교수 btlee@business.kaist.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