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업계가 가격 하락을 상쇄하기 위해 설비투자(CAPEX)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분석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3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계 D램 업체의 2019년 설비투자금액은 총 180억달러(약 20조2500억원)에 달해 작년보다 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80억달러(약 9조원)를, SK하이닉스는 55억달러(약 6조2000억원)를 집행할 것으로 D램익스체인지는 전망했다. 마이크론 설비투자금은 30억달러(약 3조3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D램익스체인지는 이 같은 설비투자가 “최근 몇 년 사이 중 가장 보수적인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구체적인 투자액을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최근 D램 가격이 하락하고,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사례가 실제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발주한 장비 입고 일정을 늦췄다. 삼성전자가 장비 입고를 연기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SK하이닉스는 실적설명회에서 “업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D램 업체의 설비투자 축소는 다른 시장조사업체 분석에서도 발견된다. 미국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올해 삼성전자 설비투자 규모를 작년보다 20% 줄어든 180억달러(약 20조1700억원)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 투자 규모는 22% 줄어든 100억달러(11조2070억원)로 내다봤다. D램익스체인지와 금액에서 차이가 있지만 투자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방향은 일치하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D램 업체가 투자를 조절하는 이유는 수요가 둔화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공급을 조정, 가격하락을 방어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수요가 불안한 상황에서 공급을 늘리게 되면 역으로 공급과잉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D램 시장 둔화는 시작된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18년 연간 수출액 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은 12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8.3%, 11월보다 17% 이상 줄었다. 지난해 1267억달러를 기록해 세계 최초 연간 수출액 100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방향 자체는 다운 턴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D램 시장은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받는 올해 1분기를 지나 2분기서부터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급 제약 지속 등의 이유로 2분기부터 D램 재고가 감소하고 D램 가격 하락폭 축소가 전망된다”며 “1분기가 D램 업황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