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negative) 규제는 법률이나 정책에서 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규제 방식을 말한다. 이와 반대로 법률이나 정책에 허용되는 것들을 나열하고 그 밖의 것들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포지티브(positive) 규제다.
전자신문이 기해년 새해를 맞아 기업·학계 전문가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4차 산업혁명 대응에 가장 취약한 부문으로 규제 개선이 꼽혔다.
현행 우리나라 법안 대부분이 포지티브 규제 방식이다. 신산업 관련 규정과 법을 일일이 만들어야 한다. 합법화 과정에서 신산업 업체가 기존 업계 반발에 부닥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 사이 온도차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네거티브 규제가 대안으로 논의된다.
최근 운수사업법을 대표로 들 수 있다. 공유경제 업체와 택시업계 간 갈등이 발생, 현재 출·퇴근 시간대에 제한 허용된 카풀 사업을 전면 금지하거나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업체 자가용 유상운송 알선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카풀법안)이 나오기도 했다. 자동차관리법 역시 승용차, 승합차, 화물차, 특수차, 이륜차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자동차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이 때문에 신산업계에서는 규제 방식에 따르는 애로 사항을 호소하기도 했다.
스타트업이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 중국은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한다. '이것만 빼고 다 해도 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한다. 5~10년 동안 규제를 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기간을 '화이트 스페이스'라 일컫는다.
네거티브 찬성론자들은 정부 역할 변화로 규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무역 변화에 빗대 설명한다. 과거에는 정부가 허가하는 상품만을 상대국과 교역했다. 그러나 상품이 다양해지고 교역 상대국과 교역 수단, 의사소통 수단이 늘어남에 따라 자유무역이 가능해졌다. 결국 자국 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제외한 몇 개 품목을 뺀 나머지 상품을 교역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산업 관련 규제도 이처럼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네거티브 규제를 선택 수용하는 방향으로 시도하고 있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다. 최소한 안전성이 확보된 대상에 대해 시장 진입을 허용하고, 문제가 생기면 사후에 규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료기기 분야 규제 전환이 대표 사례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