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정위, 소송戰 로펌 보수기준 3배 높여…현실작동은 '글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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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소송 대응을 위해 선임하는 외부 변호사 보수 상한액을 3배 높였다. 심결별 최대 9000만원, 중요사건은 이를 초과해 보수를 지급할 수 있다.

대형화되는 행정소송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제한된 예산으로 현실에서 제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3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기존 '공정거래위원회 소송사건 변호사 선임 등에 관한 규정'을 폐지하고 새로 규정을 제정하면서 변호사 착수금 기준 금액을 종전 '1000만원 이하'에서 '3000만원 이하'로 상향했다.

이와 함께 승소사례금은 종전대로 '착수금의 2배 범위 내'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심급별 공정위가 변호사에 지급할 수 있는 보수는 최대 3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3배 올랐다.

중요사건은 착수금이 3000만원을 초과할 수 있도록 했다. 종전보다 규정 전반이 완화됐다. 기존 규정은 중요사건의 경우 공정위 부위원장 결정으로 착수금·승소사례금을 각 5000만원 이하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예외적으로 공정위원장이 인정할 경우 이를 초과할 수 있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부위원장·위원장 결제를 받는 절차가 있어 변호사 보수 기준을 초과해 책정하기가 사실상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번에 규정이 비교적 많이 완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공정위 대상 소송이 갈수록 복잡·대형화되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공정위가 퀄컴에 1조300억원 과징금을 부과해 퀄컴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퀄컴 소송 대리는 대형로펌인 세종, 화우, 율촌이 맡았다. 그러나 공정위는 변호사 보수 상한이 지나치게 낮아 소송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이후에도 공정위의 대규모 과징금 부과에 대한 기업 소송 사례가 지속 나오며 개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번 조치로 공정위 소송 대응 역량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공정위의 관련 예산은 매년 소폭 오르거나 제자리걸음 수준이라 실제론 상향된 기준을 적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공정위 처분에 불복한 소송은 연간 약 70건 이뤄진다. 이에 대해 공정위가 모두 외부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관련 예산(약 34억원)으로는 소송 1건당 5000만원 지출도 어려운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변호사 선임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한정됐기 때문에 상한선 상향이 별다른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공정위 패소로 인한 과징금 환수를 막으려면 예산 확대도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