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신규 영화 '블랙미러:밴더스내치(이하 밴더스내치)'가 게임업계에서 화제다. 영화는 게임처럼 선택지를 제공해 다양한 엔딩으로 전개된다. 10초 남짓한 선택을 연속적으로 요구하면서 1시간 30분 가량 긴장감과 몰입감을 이끌어간다. 이 흥행요인을 분석해 게임 밸런스 디자인에 참고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자를 중심으로 밴더스내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시청자가 직접 주인공 행동을 선택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터랙티브 영화'다. 미디어와 과학기술 발달 이면을 주제로 다룬다.
시청자 선택에 따라 이야기 전개가 달라진다. 과거 유행했던 '빠밤↗ 빠 바밤↗ 빠 바밤↗ 빠 빰빠바밤' 시그널이 흐르며 “그래 결정했어!”라고 외치던 TV프로그램 '인생극장'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단순한 행동부터 생사여탈권을 행사하는 것까지 시청자 선택이 필요하다. 제한시간 10초 이내에 모든 선택을 해야 한다. 선택을 내리면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 넷플릭스가 밝힌 엔딩만 다섯가지다. 중간 분기는 더 많다. 그래서 시청시간도 각양각색이다. 가장 빠른 루트를 밟으면 40분 정도면 결말에 다다른다.
영화 시작 전 넷플릭스는 TV리모콘이나 콘솔 컨트롤러를 주변에 두라고 안내한다. 콘솔로 시청하면 다른 스마트기기와 다르게 진동까지 와서 긴장감을 더한다.
넷플릭스는 스토리텔링에 자유를 부여해 엔터테인먼트 경험 단계를 확장했다. 어린이 인터렉티브 영화 '장화 신은 고양이:동화책 어드벤처' '스트레치 암스트롱:탈출'로 쌓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게임 기획자들은 인접 산업 콘텐츠인 밴더스니치 연구를 통해 극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높일 방법을 찾고 있다.
한 기획자는 “예전 도탑전기 비즈니스모델(BM)을 연구하던 것처럼 밴더스내치를 연구한다”면서 “그 이후 많은 사람이 동시에 '파보겠다'고 관심을 둔 건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이유는 게임과 접근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밴더스내치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지만 결국 정해진 루트로 귀결된다. 게임이 무한한 자유도를 제공해도 정해진 멀티 엔딩으로 가는 점과 같다. 텔테일 '워킹데드' '왕좌의 게임', 퀀틱드림 '헤비레인'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과 매우 유사하다. 어드벤처 장르가 중흥하게 된 플롯이다. 미국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는 밴더스내치 공략도 올라왔다.
차이가 있다면 게임보다 간결해 구현이 쉽다는 점이다. 영화보다 플레이타임이 긴 게임 스토리 몰입도는 플랫폼과 시대변화에 따라 점점 낮아지고 있다. 연구를 통해 게임 스토리텔링에 몰입을 강제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