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에 8800억원 규모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 신약 후보물질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미국 얀센에 1조4000억원 규모 폐암 신약 후보물질 기술 수출 후 다시 성과를 일궜다.
이번 계약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 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개막을 앞두고 체결됐다.
길리어드는 유한양행이 두 가지 약물 표적에 작용하도록 개발한 합성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글로벌 개발·사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길리어드는 유한양행에 계약금으로 1500만달러를 지급하고, 유한양행은 앞으로 개발·사업화 단계에 따라 7억7000만달러 마일스톤과 판매에 따른 경상기술료를 받는다. 한국에서의 권리는 유지한다. 유한양행과 길리어드는 비임상 연구를 공동 수행하며, 길리어드는 글로벌 임상 개발을 담당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은 간에 지방 축적과 염증이 생기는 만성 진행성 질환이다. 간 손상 또는 섬유화를 유발, 간 기능이 손상된다. 병이 악화되면 사망 위험도 높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이 허가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완치제는 없다. 유한양행은 이 분야에서 합성신약 3개, 바이오신약 1개 등 후보물질을 보유했다.
유한양행과 길리어드는 오랜 협력사다. 양사는 C형 간염치료제 소발디·하보니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유한양행은 길리어드 B형간염 치료제 비리어드도 판매하고 있다.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은 “길리어드와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확장해 왔다”면서 “간질환 분야 전문성을 갖춘 길리어드와 함께 연구개발(R&D)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존 맥허치슨 길리어드 CSO 겸 연구개발 책임자(박사)는 “이번 협력은 유한양행과 오랜 파트너십에 기초해서 이뤄졌다”면서 “신약 개발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것이다. 유한양행 연구팀과 협력, 환자 미충족 분야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통해 혁신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이정희 사장의 전략 리더십이 통했다는 분석도 있다. 유한양행은 이 사장 취임 후 2015년부터 브릿지바이오, 바이오니아, 소렌토, 제넥신, 신테카바이오 등 바이오벤처에 적극 투자하며 원천 기술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개발 단계 신약 후보물질을 확대했다. 후보물질은 2015년 9개에서 2018년 9월 24개로 늘었다. 회사는 매출액 대비 약 5%를 R&D에 쏟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유한양행 외부 지분 투자는 1000억원을 넘어섰다. 대부분 R&D 관련 기업이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미국 혁신 제약 기업으로 꼽힌다.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 B형 간염치료제 비리어드, C형 간염치료제 소발·하보니 등 혁신 신약을 개발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는 간염 완치를 목표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설립 후 30년 만에 지난해 매출 34조원, 시가총액 약 100조원 규모의 글로벌 10대 제약사로 성장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