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시장 나온 넥슨, 가능한 '네 가지 시나리오'

[이슈분석]시장 나온 넥슨, 가능한 '네 가지 시나리오'

김정주 NXC 대표가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그가 넥슨 경영권을 처분하고 싶어하는 의지는 확인됐다. NXC는 넥슨 지주 회사다.

김 대표는 매각설이 불거진 후 언론에 메세지를 보내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에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새롭고 도전적인 일에 뛰어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기업의 넥슨 인수는 차이나 종속화를, 사모펀드 인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넥슨 매각 시나리오는 △중국 콘텐츠기업 △사모펀드 △서구권 콘텐츠기업 △불발, 철회 혹은 부분매각 등 크게 4가지로 예측된다.

넥슨 판교사옥
넥슨 판교사옥

◇텐센트로 넘어가도 경영권 보장 어려워, 사모펀드 최악의 선택

넥슨이 공개매각 절차를 밟으면 우선 중국 게임업체와 사모펀드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텐센트는 넥슨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로 연간 중국에서 수조원 매출을 올린다. 넥슨 자회사 네오플에 주는 연간 로열티만 1조원이 넘는다. 넷이즈, 알리바바 등도 인수 가능한 업체로 거론된다.

텐센트는 그동안 라이엇게임즈, 슈퍼셀 등 확실한 지식재산권(IP)을 가진 글로벌 게임사 경영권을 인수했다. 한국에서 카카오, 넷마블은 2~3대 주주 위치를 확보했다.

텐센트는 인수한 회사 기존 경영진 경영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주로 서구권 회사에서 이런 경향을 보인다. 라이엇게임즈와 슈퍼셀 모두 텐센트에 100%에 가까운 지분을 넘겼지만 창업주들이 독자 경영하고 있다.

넥슨은 이들과 상황이 다르다. 김정주 NXC 대표는 넥슨 경영에서 손을 뗀지 오래다. 김 대표를 대리하는 한국 법인 대표와 이사회가 승인하는 넥슨 재팬 대표가 협업해 그룹을 이끌어간다. 김 대표는 기업 인수 등 굵직한 사안에만 관여해왔다.

넥슨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넥슨을 팔기로 결심한 것은 회사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는 것을 전제한 것”이라면서 “중국에 NXC 지분을 넘기고 경영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정주 대표가 넥슨 경영에 관여하는 경우는 매수자가 딜에 해당 조항을 포함시킬 때”라면서 “이 경우도 사실상 이름만 걸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텐센트가 인수하더라도 대리인을 통해 넥슨을 경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모펀드가 넥슨을 인수하면 넥슨은 강력한 구조조정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넥슨은 2012년 이후 글로벌 흥행을 기록한 게임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게임을 계속 선보여 왔다. 수년간 개발비를 투자한 글로벌 프로젝트도 다수다.

사모펀드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인수한 회사 경영구조를 개편해 이익률을 높이고 재매각하는 절차를 거친다. 넥슨은 한국에서 약 6000여명을 고용하는 대기업이다. 이들 중 서비스 유지를 위한 인력을 제외하고 대부분 구조조정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사모펀드로 매각은 넥슨 직원, 한국 게임산업 입장에서 최악의 경우다.

넥슨이 중국과 사모펀드로 매각될 가능성은 다소 줄어든 상태다. 매각설이 불거진 후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김 대표도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일해 온 직원'을 언급하며 “어떤 경우라도 우리 사회로부터 받은 많은 혜택에 보답하는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던전앤파이터
던전앤파이터

◇2008년 인수 시도했던 디즈니 이번에는 어떨까

넥슨 인수가 가능한 서구권 회사로는 디즈니가 첫 손에 꼽힌다.

디즈니는 2008년 넥슨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우 전 넥슨 대표는 2009년 “디즈니를 비롯한 여러 업체와 협력을 논의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당시 거론된 인수 금액은 약 3~4조원 규모다.

디즈니는 2010년을 전후해 게임산업 진출을 꾸준히 시도했다. 자사 IP를 외부에 공개해 모바일 게임을 만들었다. 2010년에는 9000억원을 들여 플레이돔을 샀다. 같은 해 태퓰러스도 인수했다. 2012년에는 한국게임개발사 스튜디오이엑스를 인수했다. 2018년에는 넷마블 북미 자회사 잼시티와 게임개발을 위한 협력을 추진했다. 2017년에는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며 활용 가능한 IP 폭을 넓혔다.

디즈니가 넥슨을 인수하면 넥슨 개발력과 디즈니 IP를 활용한 게임개발이 가능해진다. 이 경우 김정주 대표가 경영을 계속 맡을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이미 여러 번 디즈니에 대한 호감을 표시했다. 김 대표는 2015년 출간된 책 플레이에서 “우리 세대에서 성급하게 굴지 않고 참고 가면 넥슨은 거기(닌텐도나 디즈니 같은 수준)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각이 불발, 철회되거나 부분 매각으로 새로운 협력을 맺을 가능성도 관측된다. M&A를 전제로 한 기업 간 딜은 협상과정에 변수가 많다.

일본 증권시장에 상장한 넥슨 기준으로 김 대표와 특수관계인, 개인회사가 가진 지분가치는 최소 6조원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10조원 규모인 메가딜은 대상자가 나타나더라도 최종단계까지 수 많은 검토와 조건변경을 거친다”면서 “넥슨 매각 역시 현재 알려진 것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표> 넥슨 매각 시나리오에 따른 장단점, 출처 업계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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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