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19년만에 총파업...금융당국 위기대응 시스템 가동

KB국민은행 노조는 8일, 19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서울 KB국민은행 서여의도 영업부에 대고객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KB국민은행 노조는 8일, 19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서울 KB국민은행 서여의도 영업부에 대고객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KB국민은행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갔다. 2000년 주택은행과 국민은행 합병 반대 파업 이후 19년 만이다.

노사가 전날 심야 협상을 시도했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영업점 1057곳 중 일부 점포에서 업무 제한이 발생했지만 대부분 정상 운영됐다. 하지만 국민은행 브랜드 신뢰 추락은 불가피하다.

8일 국민은행 노조는 서울 송파구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총파업 선포식을 열고 파업 돌입을 공식화했다. 이번 파업은 8일 하루만 진행한다. 총파업 선포식에는 조합원 5400명이 참석했다.

전날 노사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페이밴드(호봉상한제)·성과급 등의 핵심 쟁점을 놓고 최종협상에 돌입했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사실상 최종 결렬됐다.

국민은행은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별 거점점포 411곳을 선정했다. 거점점포는 서울 145개, 수도권 126개, 지방 140개점이다. 각 영업점에는 적은 인원으로도 업무를 꾸려가기 위한 가이드북을 전달했다.

고객 불편을 고려해 영업점 창구와 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도 면제했다.

면제 대상은 자동화기기를 통한 타행송금 수수료, 창구 제증명서 발급수수료, 제사고신고 수수료, 외화수표 매입 수수료 등이다. 또 가계·기업여신 기한 연장과 대출 원리금 납부가 파업으로 정상 처리되지 않을 경우 연체이자 없이 처리할 방침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비롯한 365자동화코너와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서비스로 고객을 최대한 유도하고, 고객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영업점 일부 가동 중단에 따른 비대면 거래량이 증가했지만, 큰 차질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국민은행측은 전했다. 추진 중인 차세대 뱅킹 시스템 개발에도 차질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은행 IT부문 관계자는 “디지털 비대면 트랜잭션이 일부 증가했지만, 충분히 대응할 만한 수준으로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며 “차세대 시스템 개발 프로젝트도 외주직원이 상주하고 있어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국민은행 파업 사태로 고객 혼선이 야기되자 금융당국도 진화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위기대응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고객불편을 최소화하라고 요청했다.

금융위원회는 8일 김용범 부위원장 주재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위기대응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날 국민은행의 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됨에 따라 기존 위기상황대응반(금융위 은행과장 주도)을 위기관리협의회(금융위 금융산업국장 주도)로 한 단계 격상하고 국민은행 비상대응계획을 점검했다. 협의회는 파업 진행과 영업상황, 고객불편 등 상황을 모니터링해 비상상황 발생 시 즉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김용범 부위원장은 “은행은 국민경제의 핵심 인프로 파업은 국가적 손실을 가져온다”면서 “고객불편을 최소화하고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해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은행 노조는 노사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엔 이달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2차 파업을 할 계획이며, 3월 말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파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