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쪼개기(아르바이트 쪼개기)'가 PC방 업계까지 퍼졌다. 최저임금 상승 및 주휴수당 명문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더 많은 인원을 고용해 관리해야 하는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인건비를 줄이려는 궁여지책이다. PC방 최대 비수기인 신학기가 멀지 않아 상황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저임금은 작년보다 10.9% 올랐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라 일주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주당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주는 주휴수당이 의무가 됐다.
이에 따라 PC방에서 알바 쪼개기가 성행하고 있다. 알바 쪼개기는 15시간 미만 근로자를 여럿 두는 형태다. 보통 월화, 수목, 금~주말 등 요일별로 나눠 운영한다. PC방은 노하드솔루션과 키오스크(선불결제기) 확산으로 자동화가 많이 이뤄져 업무 강도가 낮은 알바로 분류된다. 신규 교육에 들어가는 수고가 덜해 인력 수급이 어렵지 않아 알바 쪼개기가 용이하다.
서울 성동구에서 PC방을 운영 중인 A씨는 50분 근무, 10분 휴식 형태로 3교대·24시간 근무표를 짰다. A씨는 “쪼개기 꼼수를 누구보다 싫어했던 사람이었다”며 “하지만 적자 볼 게 뻔해 주말 야간 근무를 12시간 2교대 형태에서 3교대로 쪼갰다”고 설명했다.
PC방 고정비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업주가 근무를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20~50% 수준이다. 시간당 200~300원짜리 게임사 프리미엄 서비스 이용금액과 비슷한 비율을 차지한다. 업주들은 최저임금만 따지면 10%가 올랐지만 주휴수당과 보험료까지 다 포함할 경우 작년에 비해 20%가량 올라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PC방 요금은 몇 년째 제자리걸음 중이지만 고정비는 매해 증가했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공인연합회 '최저임금인상에 따른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PC방은 3.5년으로 영업기간이 가장 짧았다. 2013년 1만6618개에서 2017년 1만655개로 35%감소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PC방 3곳을 운영 중인 Y씨는 “관리 어려움을 이길 수 있다면 15시간 미만으로 여러명을 뽑는 게 인건비 상 이득”이라며 “업무강도가 낮은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5시간 미만 알바 자리가 늘어나자 알바생 고민도 깊어졌다. 시간활용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동작구에서 공무원시험과 PC방 알바를 병행하는 O씨는 “금토, 토일 12시간씩 심야 PC방 알바를 했었는데 10시간 정도 일을 못하게 됐다”며 “내 주위에도 알바쪼개기 성행으로 알바를 2개 하는 사람이 늘었는데 공부하는 입장에서 또 시간을 내기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인 사람은 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된다.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가입에서 제외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만큼 이들에 대한 노동 안전망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노무사는 “이틀 단위 단시간 노동을 제재할 방법이 없어 이를 권하는 컨설턴트도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 수혜자가 돼야 할 청년들이 되려 어려움에 내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