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둔화'...경상수지 81개월 흑자행진에도 규모 위축

지난해 11월 경상수지가 81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었지만 수출 둔화로 그 폭이 7개월 만에 최소치로 위축됐다. 수출 증가 폭이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중국 내수 부진이 반도체 수출에 악영향을 미쳤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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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2018년 1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경상수지는 50억6000만 흑자를 올렸다. 2012년 3월부터 81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었다.

대신 흑자 규모는 지난해 4월(17억7000만달러) 이후 7개월 만에 최소 수준으로 위축됐다.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 확대를 이끌어온 상품수지가 주춤했다. 상품수지는 79억7000만달러 흑자로, 전년 대비 0.5%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증가 폭은 2016년 10월(-6.9%) 이후 가장 낮았다.

수출을 견인하던 반도체가 타격을 입었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0월 33%에서 11월 11.7%까지 크게 둔화됐다.

한은에서는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 조정과 애플 쇼크, 중국 내수 부진 등이 두루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세계 교역량 감소까지 더해져 당분간은 이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세계 교역량 증가율은 2018년 1~7월 평균 13.5%에서 8월 8.6%, 9월 4.1%까지 고꾸라졌다. 세계교역전망 지수도 지난해 4분기 98.6으로 100선을 하회했다.

노충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글로벌 기업의 데이터센터 건립 지연과 애플쇼크, 중국 제조업 부진 등으로 우리나라 반도체 수요가 감소했다”며 “통관 기준으로 12월에는 음의 값으로 전환한 만큼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호황'이 끝났다고 예단할 수는 없다며 “세계 교역량 둔화와 유가 하락 등으로 반도체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수출이 꺾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유 가격 하락으로 수출 단가는 떨어졌지만 수입 단가에는 시차가 생긴 점도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은 관계자는 “글로벌 유가 하락이 석유제품 수출단가에는 바로 영향을 미쳤지만 수입 단가에는 1개월 정도 시차가 발생, 기존 가격을 유지했다”며 “수출단가는 낮지만 수입단가는 높기 때문에 상품 수지가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지 적자가 개선되며 22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수지는 전년 동월(-15억5천만달러)보다 줄어든 〃12억7000만달러를 냈다. 중국인 입국자 수가 35.1%, 일본인이 40.5%나 늘어나며 출국자 증가 효과를 다소 상쇄시켰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