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미디어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지상파 방송 3사와 SK브로드밴드 옥수수(oksusu) 사업조직을 단일 법인으로 통합하는 데 이어 미국 지상파 방송사와 합작회사를 설립, 차세대 방송 솔루션 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이는 예정된 수순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신년 메시지에서 “미디어가 5세대(5G) 이동통신 킬러서비스가 되도록 과감히 투자하고 국내외 사업자와 협력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국내외 전방위 공략
지상파 3사와 '옥수수+푹' 통합법인을 만들고 국내외 투자를 유치해 '아시아 넷플릭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카드다.
SK텔레콤은 콘텐츠 제작에 투자하고 지상파 3사는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집중한다. 5G 이동통신 시대에 맞는 스트리밍 기술 등도 도입한다.
미국 지상파 방송사 싱클레어 방송 그룹과 협력은 미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이다.
미국은 2018년 차세대 방송 표준 ATSC 3.0을 제정하고 기존 ATSC 1.0 대비 진화한 방송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이 축적한 세계적 미디어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복안이다.
SK텔레콤은 유·무선 통신 미디어 부문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확보한 만큼 싱클레어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SK텔레콤은 2016년 '모바일 생방송 기술(TLS, T Live Streaming)'을 옥수수(oksusu) 실시간 채널에 적용해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한 바 있다. 차세대미디어전송기술(MMT) 분야에서 세계 기술 표준을 주도하고 수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ATSC 3.0 방송 솔루션 상용화
SK텔레콤은 합작회사를 통해 ATSC 3.0 방송 솔루션과 장비를 공동 개발, 올해 미국 내 최초 상용화를 목표로 내걸었다.
ATSC는 미국 디지털방송표준화기구로, 기존 방송 표준(ATSC 1.0)은 초고화질·양방향 시대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UHD 방송 시대에 맞는 ATSC 3.0을 제정했다. 이는 방송과 통신 경계를 허물었다. SK텔레콤이 현지 지상파 방송사와 방송 사업을 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ATSC 3.0은 인터넷 프로토콜(IP)을 이용, 기존 방송 장점은 살리면서 약점은 보완했다. 지상파 방송에서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한 게 특징이다. 고품질 영상을 실시간 전달할 뿐만 아니라 개인 기호에 따라 선택 가능한 양방향 서비스가 가능하다.
ATSC 3.0 환경에서는 방송 주파수를 통해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방송망과 통신망 이종결합도 가능하다.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가 모바일 미디어 경험이 가장 풍부하고 기술력이 뛰어난 현지 이통사를 배제하고 SK텔레콤을 선택한 건 의미가 각별하다. 세계 최초로 5G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기술력도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상파 방송에서 개인 맞춤형 광고를 하거나 차량 지상파 방송, 내비게이션 지도 무료 업데이트 등 서비스가 가능하다. 방송 주파수에서 개인 IP 인식이 가능한 데 따른 변화다.
SK텔레콤과 싱클레어는 향후 10년 이내에 미국 전역 1000여개 방송국이 모두 ATSC 3.0 기반 솔루션, 장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양사는 합병회사를 통해 미국 방송국에 선제적으로 솔루션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다른 해외 시장에서도 추가 사업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SK텔레콤의 미국 진출은 앞서 UHD 방송을 송출한 국내 미디어 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ATSC 3.0을 채택한 UHD 방송을 2017년 5월 31일 상용화했다. ATSC 3.0 방송에 필수인 인코더, 멀티플렉서 등 다양한 장비를 미국 방송사에 공급할 수 있다. 미국 TV 시청 인구는 1억2000만가구에 달하며 차세대 방송 솔루션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간 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