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인프라 붕괴는 저출산을 출발점으로, 낮은 분만수가와 의료사고 위험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분만실이 사라지면 산모와 태아 건강을 해쳐 저출산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는 국가에도 부담이 될 것입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는 분만, 신생아 시설 등 출산 인프라 붕괴는 저출산 해소를 위한 정부 정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출산 장려와 함께 임신, 출산에 필요한 의료 인프라를 확대·지원하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김 이사는 “인력, 관리, 유지보수, 약품 등이 타과에 비해 비싼 산부인과 분만실은 현행 낮은 분만 수가로는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일본도 분만실 감소가 사회문제로 대두돼 해외에서 산부인과 의사를 수입하는 상태에 이르렀는데, 우리나라도 전철을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 경영에 가장 큰 위협요소는 환자 수 감소다. 산부인과 병원 입장에서 저출산은 환자 감소를 직접적으로 감소해 생존에 빨간불을 켠다. 하지만 저출산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풀어야 할 의제다. 폐업 위기에 내몰린 산부인과 병원은 저수가 문제라도 해결해 생존 보장과 출산 인프라 확충을 요구한다.
김 의사는 “우리나라 자연분만 수가는 맹장수술 진료수가가 27만4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태아와 산모를 동시에 돌봐야 한다는 점을 무시하는 수준”이라면서 “미국, 일본과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인 의료 수가를 현실화하지 않고서는 저출산 시대 산부인과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분만 취약지 지원사업'과 같은 정부 지원은 단기처방에 그친다고 비판했다. 이 사업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35개 분만취약지에 국비 238억원을 투입했다. 삼척, 양구, 옹진, 보은, 괴산 등 분만 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정부가 산부인과 전문 인력을 지원한다. 기존 산부인과에는 자연분만 수가를 가산 지급해 운영·유지하도록 도왔다.
김 이사는 근본 대책인 수가 현실화를 외면하면서 취약지에서만 제한적으로 정부 지원을 하는 것은 미봉책이라고 강조한다. 다른 병원에는 상대적인 차별이 되는데다 단순 분만 지원으로 병원 운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가 현실화로 분만 인프라를 확산하고, 중소형 산부인과 병원을 활성화해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는 “종합병원 산부인과 전공의 숫자가 필요 인력 절반도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취약지 지원이라는 단기 처방에서 벗어나 선진국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의료 수가 현실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
정용철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