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모빌리티에 변혁이 예고됐다. 바퀴로 땅을 달리는 자동차가 아니라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가 대거 등장했다. 안정성 입증과 제도 문제 등으로 당장 상용화는 어렵지만 기존에 보여 준 콘셉트 수준을 넘어 시연이 가능한 수준으로 진화, 주목된다.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에서 자가용자율항공기(PAV)가 다수 등장, 눈길을 끌었다.
일명 플라잉카(비행차)로 불리는 이들 제품이 상용화되면 이동 수단에 변혁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기업 호버서프는 하늘을 나는 비행오토바이 '호버바이크'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무게는 114㎏이다. 4개 프로펠러를 장착했다. 지상 5m 높이까지 상승, 최고 속도 96㎞로 비행한다. 비행 시간이 10~30분으로 짧은 것이 단점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말부터 판매를 시작했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경찰이 상용화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두바이 경찰은 2020년 현장 투입 목표로 훈련을 하고 있다.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는 제품도 많았다.
미국 벨 넥서스는 하이브리드 드론 택시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다. 벨은 헬리콥터, 수직이착륙 항공기 등을 제조해 왔다. 기체에는 승객 4명과 조종사 1명이 탑승할 수 있다. 무게는 272㎏이며, 6개 초대형 로터가 달렸다. 건물 옥상 등에서 수직으로 이착륙한다. 다른 드론처럼 원격 조종과 무인 주행이 가능하다. 전시한 제품은 실제 날지 못하지만 드론에 탑승할 수 있도록 해서 관람객이 몰렸다.
내년부터 시험 비행에 나서며, 자동차 공유 업체 우버와 협력해 2025년께 상용화할 계획이다. 벨이 제조한 기체를 우버가 운송 사업에 활용하는 형태다.
벨 관계자는 “드론 택시는 2020년대 중반쯤 상용화될 것”이라면서 “상용화 초반에는 자율비행을 하더라도 관리자가 탑승하지만 앞으로 완전자율비행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업체 팔 브이(Pal-V)는 '팔 브이 리버티'라는 플라잉카를 개발하고 있다. 관람객이 가상현실(VR) 시뮬레이터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팔 브이 리버티는 시속 160㎞로 최대 500㎞까지 비행할 수 있다.
팔 브이 관계자는 “미래 드론이 아닌 상용화를 위한 드론을 만드는 것은 도전 과제”라면서 “플라잉카는 규제 때문에 설계뿐만 아니라 모든 과정에서 안전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미국 드론 제조사 일렉트라플라이도 플라잉카 '일렉트라플라이' 프로토타입을 전시했다. 여러 대 로터를 활용하는 멀티콥터 형태로, 하이브리드 전기를 활용한다.
제이슨 버지스 일렉트라플라이 공동창업자는 “전시한 기체는 초기 프로토타입으로 비행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일렉트라플라이는 개인 운송, 배달, 수색, 구조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 디스이즈엔지니어링도 플라잉카 콘셉트 모델을 공개했다. 네 개 로터와 고정익이 모두 달린 하이브리드 드론이다. 로터가 수직 이착륙을 돕는다. 기체가 뜬 뒤에는 로터가 수평 상태에서 수직으로 접히면서 뒤 방향으로 추진력을 더한다.
홍유정 디스이즈엔지니어링 대표는 “로보틱스 사업부 중장기 목표는 PAV 상용화를 선도하는 것”이라면서 “세상에 없는 드론을 인간 삶 개선에 꼭 필요한 제품으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미국)=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