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시가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구축과 관련해 자가 망과 상용 망을 동시에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자가 망은 지방자치단체 등이 독자 구축하는 망, 상용 망은 통신서비스 라이선스를 취득한 사업자가 서비스하는 상업망을 각각 말한다. 부천시는 올해 전체 수용가 12만전 가운데 3300전에 IoT 상수도 원격검침 시스템을 우선 구축한다. 2000여전은 저전력광대역(LPWA) 기술로 900㎒ 비면허 대역을 활용한 자가 망, 나머지는 협대역사물인터넷(NB-IoT) 상용 망을 각각 적용키로 했다. 부천시는 장단점을 파악하고 12만전 전체로 확대하기로 했다.
자가와 상용 망을 혼합한 IoT 서비스는 부천시가 처음이다. 부천시 결정은 두 방식을 결합할 때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자가와 상용 망은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산업계 이해가 엇갈리면서 갈등을 빚었다. 국토교통부와 지자체는 자가 망 비용이 상용 망에 비해 3분의 1 수준이라며 공공서비스 혁신을 위해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사업자는 관리, 유지보수 등을 감안한 총 소요비용 가운데 상용 망이 우위에 있으며, 자가 망이 난립하면 중복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해 왔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통신 사업 면허가 없는 공공이나 사설 기관 통신서비스 제공은 금하지만 국민 안전과 관련해서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자가와 상용 망 논란은 수년째 해결하지 못한 해묵은 과제다. 아직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부천시가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공생 전략을 택한 부천시가 성공한다면 양측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부천시 사례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좀 더 심도 있는 논의도 필요하다. 정부는 아직도 자가 망 구축 현황, 운영과 유지보수비용, 상용 망과 자가 망 경제성 등과 관련해 기초 데이터조차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천시를 시작으로 실현 가능한 해법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