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실전강의]<52>창업 성공 위해 'B급 사원' 가치 주목해야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축구, 농구 등 스포츠 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로운 현상을 발견할 때가 있다. 각 포지션을 최고의 선수로 구성한 팀은 오히려 승률이 떨어지거나 우승권에는 있지만 정작 우승하지 못하는 독특한 현상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스포츠 구단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유발되는 듯하다. 회사 내부 구성원을 A급 사원만으로 구성한 창업팀보다 A급, B급 인재가 섞여 있는 창업팀이 더 높은 성과를 낼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까?

그것은 A급 인재와 B급 인재의 특성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높은 학력 내지 경력을 갖춘 A급 인재는 본인이 창업 성공 스토리에서 직접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한다. 따라서 창업 초기 사업 모델이 자신이 제시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구축되길 강력히 희망한다.

뿐만 아니라 회사 이름, 로고, 제품명, 광고 슬로건 등 모든 안건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그 누구보다 커다란 실망감 내지 반발감을 갖게 된다. A급 인재 대부분은 자기 확신력이 높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런 사람만으로 구성된 창업팀은 그만큼 불협화음을 낼 가능성이 높으며, 창업 과정에서 팀 자체가 깨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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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인재만으로 창업팀을 구성할 경우, 사업에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더 있다. A급 인재는 기업 경영 활동을 지속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상 업무에 관심이 없다는 데 있다. 회사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일상적이고 반복되는 업무를 누군가는 해야 한다. 외부에 대금을 지급하고, 직원에게도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 회사 비품도 정기적으로 채워 넣어야 하며, 신용카드 영수증도 처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A급 인재는 이러한 단순 반복 업무에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A급 인재에게 이러한 업무를 시키면 답답함을 느끼거나 회사 자체에 대한 만족도마저 떨어지곤 한다. A급 인재는 스스로가 스타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무대 뒤에서 이처럼 뒤처리를 하는 업무를 담당할 경우 자신의 가치가 크게 훼손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B급 인재는 다르다. B급 인재는 회사가 지속가능한 형태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이들 업무를 묵묵히 꾸준히 담당한다. 그렇다고 해서 B급 인재가 A급 인재보다 역량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사실 B급 인재로 분류되는 구성원 중에는 A급 인재만큼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가치관 차이로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A급 인재만큼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B급 인재 대부분은 '일과 생활의 균형(Work-Life Balance)'을 중요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즉, A급 인재만큼 회사 업무에 많은 시간을 투여하고 싶어 하지 않으며, 주어진 업무를 성실히 완수한 후 개인적인 삶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이들 B급 인재는 외부인으로부터 크게 주목받는 것 자체에 관심이 덜하며, 회사 경영진으로부터의 관심도 그리 반기지 않는다.

하버드 경영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CEO의 90% 가까이가 A급 인재로 분류되는 직원에 자신의 시간 대부분을 할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많은 창업가 내지 CEO는 A급 인재에 보다 각별한 애정을 보이거나 이들의 가치를 보다 크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하버드 경영대학에서 수행한 또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르면 회사의 장기 성과는 A급 인재보다 B급 인재에 의해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지금 자신과 밤을 세워가며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직원에게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는 창업자가 있다면 뒤에서 야식을 챙겨주는 직원,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다주는 직원도 그에 못지않은 기여를 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