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은 '비롯하다'라는 '창(創)'과 '일'이라는 '업(業)'을 합한 한자어로, 맹자가 '나라나 왕조를 처음으로 세운다'는 의미로 가장 먼저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시대 변화와 흐름에 따라 주로 창업은 '사업을 처음으로 시작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경영학 관점에서 '재화, 용역, 서비스 등의 생산 및 판매를 위해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행위'로, 법에서는 '중소기업을 새로이 설립해서 새로운 업을 시작하는 것'(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이라는 개념을 통해 맥락을 함께한다.
결국 창업이란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뜻이다. 궁극으로는 새로운 일을 함으로써 개인의 욕구 충족과 함께 부 창출 과정을 통해 다양한 소비 및 고용을 끌어냄과 동시에 이에 따른 사회 현상을 창출하는, 이른바 '새로운 가치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라서 긍정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방향에서 디자인 싱킹을 어떻게 창업에 접목시키고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지난 기회에 언급한 첫 번째 '사용자 중심 접근 방식'에 이어 '실패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기반으로 디자인 싱킹과 창업을 이야기해 본다.
2017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창업 기업의 5년 생존율은 영국, 독일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평균인 40.9% 대비 27.5%로 거의 최하위에 가깝다. 2018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까지 중소벤처기업부 청년상인 창업 지원을 받은 점포의 1년 이내 휴·폐업률은 26.3%, 3년 이내 휴·폐업률은 59.3%였다. 수년간 정책 지원에도 많은 창업 기업이 문을 닫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 시장조사 전문 기관 CB인사이츠의 '2018 스타트업 실패 요인 분석'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에서는 '사용자에 대한 이해 없이 창업자의 기술 개발 및 주변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오만함'이 창업 실패 주원인으로, 총 80%를 차지했다. 운영자금 부족, 미흡한 창업 인력 구성, 눈앞 상황만 바라보는 근시안 사고, 고객 피드백과 시장 변화를 무시하는 보수 사고방식 등도 주요 실패 원인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기업 대부분은 △창업자 아이디어로 △솔루션을 만들고 △판매를 시도하고 △그러나 아무도 솔루션을 구매하지 않음으로써 △기업 운영이 어려워져서ㅗ △폐업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거쳤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실패하지 않고 지속 성장할 수 있을까. 다양한 혁신 방법 가운데 하나로 실리콘밸리에서도 디자인 싱킹을 꼽는다. 디자인 싱킹 프로세스 가운데 '공감'을 통한 실사용자 중심 접근 방식과 콘셉트를 가시화하는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작고 빠른 실패의 반복을 미리 경험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 피드백을 포용해서 결과물 개선을 지속하는 것, 이것이 혁신을 끌어내는 디자인 싱킹 핵심이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위지아' 등 소셜 기반 서비스에서 실패한 경험을 토대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재도약한 것처럼 실패를 단순히 전체 과정의 '결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시험 결과의 하나'로 접근하는 관점 전환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올해 들어 정부가 초기 창업 실패를 발판 삼아 재도전을 지원한다는 기사는 기존 실패 경험을 실패가 아닌 방향 전환의 피버팅 개념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 반갑기 그지없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학 교수 10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로저 마틴은 요즘같이 디지털 전환이 가속되고 복잡한 사안이 많은 시대일수록 디자인 싱킹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디자인 싱킹을 통해 양자택일 사고가 아닌 다양한 대안 창조를 통해 새로운 차이를 만들어 내는 통합 사고 방식을 개발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디자인 싱킹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필자는 비록 디자인 싱킹이 정답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에게 단순히 일자리로써 창업이 아닌 변화무쌍한 혁신 창업을 끌어내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김태형 단국대 교수(SW디자인 융합센터장) kimtoj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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