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광화문 한복판에서 총성이 울렸다. 하지만, 지나가는 차들은 제 갈 길 바쁘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에서는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바로 증강현실(AR) 기술을 통해서다.
주인공 현빈은 스페인 그라나다의 좁은 골목 오래된 식당에서 다리길이 만한 검을 발견하고 알함브라 궁전 지하감옥에서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열쇠를 찾는다. 이는 모두 가상 이미지로 만들어진 게임 속 아이템이다.
AR(Augmented Reality)는 이처럼 현실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 보여주는 기술이다. 흔히 가상현실(VR)과 헷갈려하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VR는 주변 배경과 이미지, 그리고 사용자 또한 모두 만들어진 가상의 모습을 활용한다. 반면, AR는 현실과 결합된다는 점에서 보다 큰 몰입감을 선사한다.
실제 작가는 드라마 소재를 AR게임 '포켓몬 고' 열풍에서 얻었다고 한다. 포켓몬 고 유행 당시 거리에는 휴대폰을 뚫어져라 보며 풀숲까지 헤치고 다니는 사람이 출몰했다. 식당이나 카페등 영업장은 게임 속 희귀 몬스터 존재를 알리며 홍보 열전을 펼치기도 했다.
물론 드라마 속 게임은 포켓몬 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화된 모습이다. 주인공 박신혜의 생김새와 정확히 일치하는 NPC가 게임 속에서 말하고 기타까지 친다. 즉, 실존 인물을 3D 이미지로 똑같이 구현해낸 것이다. 아직 현실에서는 인기 연예인을 따라 만들거나 다양한 모습을 한 NPC를 선보이는 수준이다. 하지만 홀로그램 기술 등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게임 속에서 실존 인물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드라마 속에서 모든 광경을 볼 수 있는 '스마트 렌즈'도 현실에는 없다. 실감형 미디어를 즐기기 위해서는 HMD기기를 쓰거나, 휴대폰 등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를 렌즈에 옮기기만 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분명 드라마 속 게임에 한 걸음 더 다가와 있다. 올해 5세대(5G)이동통신과 더불어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AR, VR와 같은 실감형 미디어다.
드라마 속 현빈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가하기 위해 스페인 바로셀로나를 방문했다가 이처럼 말도 안 되는 게임을 맞닥뜨렸다. 2월 펼쳐지는 MWC 2019에서는 드라마처럼 비현실적 게임이 얼마나 현실로 다가왔는 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