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 폐지가 결정된 통신 필수설비 최소임차거리는 임차 사업자에게 불합리한 조건이었다. 실제 사용 구간이 30~40m에 불과할 때도 100m단위 대가를 지불해야 해 임차 사업자에게 부담이 됐다.
최소임차거리 기준 100m 역사는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9년 SK텔레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4개 사업자는 KT와 KTF의 합병 대가로 이를 합의했다.
당시 유선에서 절대적 우위를 가졌던 KT 합병 소식에 거대 공룡 탄생을 우려했던 경쟁사는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합병 KT 예상 시장점유율은 시내전화 약 90%, 초고속인터넷 약 43%, 이동통신 약 31.5% 수준으로 위협적이었다.
이에 KT는 합병에 동의를 구하며 경쟁사에 필수설비를 확대 제공했다. 다만 확대 조건으로 이용대가 상승과 인입관로에 대한 최소 임차거리 100m 기준을 내걸었다.
임차 통신사로서는 KT가 2002년 민영화 이전 한국통신 시절부터 구축한 인프라가 매력으로 다가왔던 만큼, 최소 임차거리와 이용대가 상승은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도 KT는 국내 전체 관로 72.5%를 보유하고 있다.
당시 합의된 최소임차거리는 2011년, 2013년, 2016년에 재합의를 거치며 지속됐다. 임차 사업자는 최소임차거리 폐지를 거듭 주장했지만 임대 사업자인 KT 태도는 완강했다. 민영화 당시 값을 지불했고 자체 투자한 사적 재산인 만큼 수익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됐다.
하지만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에 앞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017년 국정감사에서 필수설비 공유를 화두로 제시했다. 이후 지난해 초 통신3사 최고경영자(CEO)간담회와 MWC 2018에서도 필수설비 공유가 논의됐다.
이후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4월 '신규 설비의 공동구축 및 기존 설비 공동활용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5G 관련 공동 구축 방안, 설비 공동 활용 방안 등을 마련했다. 하지만 최소임차거리는 이용대가와 더불어 통신사 간 첨예한 대립으로 발표가 미뤄졌다.
당초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대가 산정 작업이후 지난해 9월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었다. 과기정통부와 통신사 간 협의 끝에 최종 결정에 이르렀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