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제우스가 산업용 로봇 시장에 진출한다. 산업용 로봇과 협동 로봇 장점을 결합한 6축 로봇을 주력으로 연간 1000대 판매 목표를 세웠다.

제우스는 첫 산업용 로봇 '제로(ZERO)'를 3월에 선보인다고 14일 밝혔다. 4년간 100억원대 연구개발비를 들여 만든 이 로봇은 6개축으로 구성된 다관절 로봇이다. 전자부품 이송 조립, 포장, 검사용 등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다. 최대 5㎏ 무게 물건도 들어올릴 수 있다.
이 로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과 협동로봇 장점을 골라낸 것이 특징이다. 작업할 때 펜스가 필요한 산업용 로봇이지만, 무게는 협동로봇과 유사하다. 제품 무게는 18㎏으로, 5㎏을 들어올릴 수 있는 동급 산업용 로봇보다 최대 37㎏ 가볍다.
정밀도와 운반 속도는 기존 산업용 로봇과 유사하고, 협동로봇보다 훨씬 빠르다. 이 기기의 운반 속도는 5m/s로, 기존 협동로봇 속도보다 4m/s 더 빠르다. 반복된 행위에서 오차를 나타내는 반복 정밀도는 ±0.03㎜로 기존 산업용 로봇 성능과 비슷한 수준이다.
로봇 가격과 전력 사용량에도 신경을 썼다. 시장에서 3000만~4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협동로봇 값보다 30%가량 낮출 예정이다. 전력 소비도 형광등 3개를 밝히는 데 쓰이는 200W 정도로 낮췄다. 제우스 관계자는 “로봇 장점을 알고도 가격 때문에 구매를 고민하는 중소기업 경영자가 많은데,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우스 특허 기술인 '패스 스루(Pass-Through)'도 적용했다. 기존 로봇이 커다란 원을 그리면서 물건을 운반해 동작 범위가 넓은 반면에 패스 스루 기술로 마치 그네가 움직이듯이 기기의 팔을 움직일 수 있어 작동 범위가 간단할 뿐 아니라 작업 속도까지 높일 수 있다. 팔을 최대한 뻗을 수 있는 거리(리치)는 각각 660㎜, 860㎜고, 리치별로 패스 스루 기술을 포함한 기기와 일반 기능만 구현하는 기기로 구성해 총 4종을 출시한다.
제품은 3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리는 '오토메이션 월드 2019' 전시회에서 선보인다. 연 1000대 이상 판매하는 것이 목표다.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운반 무게를 늘린 제품, 협동로봇 개발 등 제품군을 늘리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미 로봇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국내, 일본 SI 업체와 이르면 7월 납품을 목표로 협의하고 있다.
제우스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를 생산하는 매출 4500억원 규모 업체다. 장비 사업과 함께 1990년대 중반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쓰이는 일본 업체 로봇 총판권을 갖고 수입판매를 하고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제우스 관계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황을 장담할 수 없는데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제우스만의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게 무엇일지 생각하다가 로봇산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제우스는 100여명 로봇 엔지니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제우스 관계자는 “경기도 파주·오산, 충남 천안과 경북 구미시 공장에 로봇 엔지니어를 배치하고 있어 고장이 나면 언제든 수리를 맡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산업용 로봇 사업은 맞춤형 대량 생산을 해야 하는 대기업이나 인력이 적은 중소기업이 접근하기에는 쉽지 않은 영역이지만, 제우스처럼 탄탄한 중견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도 덧붙였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