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쌍용정보통신이 첫발을 내디딘 이래 국내 정보기술(IT)서비스 시장이 올해 45년차에 접어들었다. 1985년 삼성데이타시스템(현 삼성SDS) 출범 후 LG CNS, SK(주) C&C 등 대기업 계열 3사가 합류하며 IT서비스 시장을 이끌었다. 2017년 국내 IT서비스 시장은 12조원대를 돌파했다. 40년간 외형은 성장했지만 미래 전망은 밝지 않다. 향후 10년간 연 평균 성장률은 3%대로 저성장세가 예상된다. 시장을 주도했던 대기업 계열 3사 역시 높은 내부 거래 비중에 갇혀 성장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새로운 기술 시장이 열리는 시점에 대외 사업 확대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성장 모멘텀을 찾아야한다.
◇9년간 내부거래 분석해보니…삼성SDS·LG CNS↑, SK(주)C&C↓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최근 9년간 공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IT서비스 3사 가운데 삼성SDS와 LG CNS 내부거래 비중이 계속 증가했다.
증가폭이 가장 높은 기업은 삼성SDS다. 삼성SDS는 2009년 연간매출 2조4940억원(물류BPO 등 해외 매출 미포함) 가운데 63.04%인 1조5724억원을 삼성전자와 삼성관련 계열사에서 기록했다. 삼성SDS 삼성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은 2013년 80%를 돌파한 데 이어 2017년 88.39%로 90% 육박했다. 9년간 내부거래 비율은 25.35% 증가했다.
LG CNS는 2009년 총 매출 1조8387억원 가운데 7150억원을 LG전자 등 LG 계열사에서 확보했다. 2009년 내부거래 비율은 38.88%로 40%대 수준이었다. 2011년 내부거래 비중이 50%를 넘어선 후 2013년, 45%대로 소폭 하락했다. 그러다 2014년 다시 50%대를 넘어선 후 2017년(63.75%) 처음으로 60%대를 돌파했다.
SK(주) C&C는 2009년 매출 1조3125억원 가운데 내부거래 매출이 8718억원으로 66.42%를 차지했다. 2013년 50%대로 내부거래 비중이 줄어든 데 이어 2017년 40.30%까지 떨어졌다. 9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26.12%포인트(P) 하락했다.
◇'삼성' 없이 'SDS' 없다
국내 IT서비스 업계 1위 삼성SDS의 삼성전자(종속계열사 포함)와 삼성 관계사 의존도는 높았다. 삼성SDS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전체 9조3000억원 가운데 6조8000억원가량을(73.5%)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종속 계열사 등에서 기록했다. 나머지 26.5%는 삼성전자 종속 계열사가 아닌 관계사와 비 삼성 계열 회사 매출이다.
삼성SDS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 매출 금액은 계속 상승했다. 2017년 삼성SDS 국내 계열사 매출 4조193억원 가운데 삼성전자 매출은 2조423억원이다. 2009년도 삼성전자에서 거둔 매출이 1조원 미만이었음을 감안하면 9년새 1조원가량이 증가했다. 계열사 매출 가운데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량이다. 삼성생명보험(2044억원·5.8%), 삼성디스플레이(1872억원·5.3%) 등 다른 계열사 매출 비중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수치다. LG CNS, SK(주)C&C도 LG전자(32.8%)와 SK텔레콤(28.99%) 비중이 높았지만 30%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삼성SDS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면하기 어렵다. 계열사 간 주요 상품·용역 거래 내역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진행한 주요 거래 가운데 경쟁 입찰은 한 건도 없다. 주요 계약은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진행, 사실상 삼성SDS 외 입찰을 제한했다.
삼성전자와 관계사의 삼성SDS 일감 몰아주기는 삼성SDS 자회사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삼성SDS 자회사 미라콤아이앤씨는 2017년 매출 2611억원 가운데 삼성SDS에서 거둔 매출이 2377억원이다. 매출 91%가 삼성SDS 사업이다.
삼성SDS 출신 IT 업체 대표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반도체, 휴대전화 부문처럼 삼성SDS도 삼성전자 내 IT 사업부문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삼성 의존도가 심하다”면서 “삼성SDS가 대외사업을 키우고 내부 비중을 줄이지 못한다면 수년 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삼성·LG·SK, 시장 열고 경쟁체제로 상생 도모해야
대형 IT서비스 업계의 높은 내부거래 비율 논란은 수십 년간 이어졌다. 삼성SDS, LG CNS 등 대기업은 보안상 내부 거래를 줄이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 시스템을 경쟁사 LG전자 IT 계열사 LG CNS에 맡길 수 있느냐는 논리다.
전문가는 20년 전 해묵은 논리라고 지적한다. 업계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이 타 IT서비스 회사에 물량을 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내 기업 간 기술 경쟁 촉발로 성장 계기를 만들어 외국계 기업 공세에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해외진출과 대외사업 확대를 위해 과감한 인수합병(M&A) 전략도 요구된다.
중견 IT서비스 업체 대표는 “삼성전자가 IT 물량 10∼20%만 외부에 개방해도 IT서비스 민간 시장이 새롭게 열리는 것”이라면서 “LG, SK 등 편 나누기가 아니라 더 좋은 기술을 채택하는 경쟁 환경을 만든다면 국내 IT서비스 업계가 동반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KRG부사장은 “이미 10년 전부터 국내 IT서비스 업계는 캡티브 마켓(계열사 간 내부시장)으로 이뤄지다 보니 성장 한계가 온다고 계속 지적했다”면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 시장이 열리는 상황에서 더 이상 특정 기업이 독단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SDS의 앞선 기술을 LG전자가 도입하고 LG CNS 기술을 삼성과 SK가 도입하는 등 노하우를 서로 교차하며 다양한 레퍼런스를 쌓고 글로벌 시장에 도전해야 한다”면서 “해외 주요 IT서비스 기업이 전문 스타트업 인수로 관련 기술력을 내재화하듯 국내 대형 IT서비스 기업도 과감한 M&A로 신기술을 단숨에 확보하는 전략도 펼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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