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산업 생태계를 바꿀 빅데이터 산업 육성을 위해 만든 한국신용정보원(신정원)이 출범 1년 만에 개점휴업 상태에 빠졌다. 신정원은 지난해 말 초대 원장이 임기 만료와 함께 물러났지만 후임 인선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원장 부재가 이어지면서 올해 정부가 내건 주요 사업 가운데 하나인 마이데이터 산업과 이종 빅데이터 결합 등 주요 사업들도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
최근에는 선후가 바뀐 인사 문제까지 불거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신정원은 은행연합회 임원 출신을 신임 전무로 선임했다. 문제는 신정원 임원은 정관상 원장 추천을 받아 신용정보집중관리위원회를 거쳐 이사회에서 선임한다. 그런데 원장이 공석인 가운데 임원 인사가 이뤄진 것이다. 특히 해당 임원은 공백 상태인 원장의 직무대행까지 맡고 있다. 선후가 바뀐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신정원은 은행연합회에서 분리된 조직이다. 은행연합회장이 신정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어 인선권도 행사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절차를 무시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
순서가 바뀌었다. 원장 부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요 임원부터 선임할 이유는 없다. 신정원은 은행연합회, 여신금융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보험개발원 등 6개 기관에 흩어진 채 보관해 온 신용 정보의 통합 관리를 위해 출범했다. 마이데이터 산업을 이끌 핵심 기관이다. 전문성이 핵심이고, 이를 위한 독립성 확보는 필수다.
신정원은 정책 당국, 금융기관, 소비자 간 중립적인 관점에서 신용정보 신뢰성·정확성·투명성 등을 제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단순히 관련 기관의 인사 적체를 풀어내는 통로로 인식되거나 활용되면 안 된다. 이번 인사에 논란이 제기된 이유의 본질이다. 정상적인 인사가 전제돼야만 기관의 독립이나 전문성 확보 등 숙제를 풀어갈 수 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지면 안 된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