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2일 “미세먼지 문제를 혹한이나 폭염처럼 재난에 준하는 상황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취임 직후 응급 대책으로 노후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일시 가동 중단(셧다운)'을 한데 이어 추가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과 경유차 감축, 노후 건설기계 고도화 등을 주문했다. 미세 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 마다 '대책 강구'만 되풀이하는 실정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해결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 정부가 채택한 국정과제”라며 “국민이 큰 고통을 겪고 있고, 그 답답함을 속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 참으로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 저감은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국정과제다. 임기 내 미세먼지 발생량을 3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문 정부 3년차에 접어들지만 미세먼지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농도 현상이 잦은데다 기상 상황에 따라 초미세먼지 농도는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며 “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시도하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유차 감축과 친환경 차 확대 △석탄 발전소 가동 중단 확대 △노후 건설기계 고도화 △가정용 노후 보일러의 친환경 보일러 교체 등 미세먼지 감축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인공강우를 비롯한 집진기 설치 등도 언급했다.
정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미세먼지 저감 핵심 대책으로 경유(디젤)차를 감축하기로 했지만, 경유에 휘발유보다 적은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유류세 체제를 유지하는 한 실현가능성이 낮다. 같은 양의 연료를 주입해도 경유차는 휘발유차보다 더 멀리 갈 수 있지만 세금 비중이 적어 연료비가 적게 든다.
미세먼지 대책이 강화되는 추세임에도 현행 예산과 세제는 화석연료에 보조금과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다. 트럭 등 상용차 부문은 경유차 대체재가 마땅하지 않다.
이날 회의에서 언급된 인공강우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과거 국내에서 실험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실행에 옮기지 못한 방안인데 다시 거론됐다. 현재까지 인공강우 기술은 비구름이 아예없는 맑은 하늘에서는 거의 불가능해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가져올만한 강한 비를 만들어내는데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2017년 경기도와 국립기상과학원이 5~12월까지 경기도와 충남 서해안 일대에서 9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했지만, 만든 비의 양이 너무 적어 저감효과를 확인하는데 실패했다.
국내 미세먼지의 많은 양은 서풍을 타고 넘어온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이 크다. 문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중국과의 미세먼지 대책 공조 방안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중국도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서로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미세먼지 조기경보체계 공동구축 방안에도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오는 15일 미세먼지특별법이 시행되고 민관 공동으로 미세먼지 특별대책위원회가 출범하는 것에 대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동시에 실효성있는 범정부 컨트롤타워를 주문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