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대륙을 가파(GAFA) 왕국이 사분한다. 북부 아마조니아 왕국은 클라우드 산맥과 킨들 화산을 보유한 천혜의 요새다. 남부 구글어스 왕국은 애드센스 랜드라는 비옥한 토지를 차지하고 있다. 서부 애플래치아 왕국은 아이폰 킵이라는 거대한 성을 소유했다. 중앙은 페이스북 요새라는 넓은 영토가 자리하고 있다. 귀퉁이에는 넷플릭스 소국과 스포티파이 통치구가 있다. 대륙은 상거래 바다와 콘텐츠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삼성호는 가파 왕국과 무역하는 상선으로 그려진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이 그림은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적절히 보여 준다. 미국 4대 정보기술(IT) 기업이 플랫폼으로 세계를 장악한 모습이다. 재치가 넘친다.
그러나 웃을 일이 아니다. ICT 강국이라는 한국 기업은 지도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할까. 삼성전자가 일개 범선으로 그려졌다.
비유하면 부족 국가 수준의 한국 ICT 기업이 거대한 가파 왕국과 교류하는 형국이다. 공정무역은 기대하기 어렵다. 조금이라도 힘의 균형을 이루려면 정부 개입 말고 뾰족한 수가 없다. 여러 부처가 '역차별 해소'라는 이름으로 노력하고 있다.
만약 가파 왕국을 규제하면 언젠가 어김없이 무역 마찰이 찾아온다.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요구를 거절하면 얼굴을 붉히고 싸우는 수밖에 없다.
이는 정책 담당자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가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싸워서라도 지켜 내야 한다는 확신과 지지가 없으면 펼치기 어려운 소신이다. 최고결정권자가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과연 최고결정권자 주변에 가파 왕국의 비유라도 정확히 이해하는 참모가 있는지 우려스럽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