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니아 외곽의 농장. 그래함 헤스(멜 깁슨)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이후 성직자 생활을 청산하고, 남은 가족과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평화롭던 생활에 갑자기 변화가 몰려온다. 2층 집 창문 유리가 갑자기 물결치듯 일렁일 때만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다음 날 아침, 아이 비명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깬 그래함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다.
옥수수밭에서 원과 선의 기하학적 모양으로 구성된 거대 미스터리 서클이 발견된 것이다. 그래함은 왜 자신 농장에서 미스터리 서클이 발견됐는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한다.
영화 '싸인'은 식스센스를 제작한 나이트 샤말란 감독 작품이다. 하지만 식스센스급 반전을 기대했다면 금물이다. 영화 초반부 미스터리 서클을 만든 정체는 외계인이라는 게 의외로 금방(?) 드러난다.
현실에서 미스테리 서클에 대한 논쟁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미스터리 서클이 처음으로 공식 발견된 건 1946년 영국 남서부 솔즈베리 지역이다. 거대한 농장에서 곡물이 누운 채로 2개 원형 무늬가 목격됐다. 주로 곡물과 농장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크롭 서클'이라고도 불렸다. 이후 영국을 비롯해 미국에서도 다양한 기하학적 모양 미스터리 서클이 보고됐다. 누가 만든 것인지, 왜 만든 것인지 등을 두고 많은 의문이 제기됐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지구 내부 초자연적 현상에 따른 주장이 대표적이다. 회오리바람 또는 지구의 강력한 자기장, 외계 행성의 알 수 없는 힘이 미스터리 서클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반경 5m에 달하는 거대한 규모에, 작물이 꺾인 패턴이 사람의 힘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했고, 실제로 많은 사람이 믿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람이 장난으로 만들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실제 미스터리 서클 제작 실험에서 소수 인원으로 밧줄과 널판지 몇장만으로 쉽게 제작 가능하다는 점이 증명됐다. 다만 모든 미스터리서클을 사람이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근거가 부족하다.
영화 싸인에서 미스터리 서클 생성 원인에 대해서는 외계인 소행이라고 쉽게 결론을 내는 것으로 보인다. 외계인이 UFO 착륙을 위해 만들었다는 주장은 다소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신빙성 있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미스터리 서클의 정확한 생성 원인을 밝히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미스터리 서클이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이다. 악착 같이 원인을 밝혀내는 것도 좋지만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남겨놓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