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원격지개발 활성화는 SW산업 재도약의 초석

[ET단상]원격지개발 활성화는 SW산업 재도약의 초석

지난해 정보기술(IT) 서비스 업계 경영 환경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 현안과 내수 침체 및 미-중 무역 갈등 등 위기가 겹쳐 큰 어려움에 처했다.

해가 바뀌어도 뚜렷한 반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해 중소기업 경영 환경을 전망하는 사자성어로 중석몰촉(中石沒鏃)이 선정된 것만 봐도 그렇다. 중석몰촉은 쏜 화살이 돌에 깊이 박혔다는 뜻으로, 정신을 집중해서 전력을 다하면 어떤 일에도 성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황 타개를 위해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열린 제10회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 제6차 국가정보화기본계획, 클라우드 컴퓨팅 실행 전략,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원격지 SW 개발 활성화 방안 등 정보통신 분야의 주요 정책 세 건을 심의하고 확정했다.

공공 SW 사업 발주 시 개발자의 현장 파견을 요구하는 관행이 만연해 기업은 수익성 악화, 개발자 근로 여건 악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안건의 경중은 따지기 어렵지만 원격지 개발은 IT 서비스 업계에서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문제다. 정부의 이번 원격지 개발 활성화 방침에 기대감을 갖게 한다.

공공 SW 사업의 약 60.4%가 보안 등 이유로 발주기관 내부나 인근에서 시행된다. 이는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야기해 기업과 노동자 생산성 저하 원인이 되고, SW 시장 전체 발전을 저해한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은 원격지 개발을 가로막는 통신, 보안 등의 한계를 극복하고 원격지 개발을 가능하게 됐다. 원격지 개발이 활성화되면 과도한 파견 근무 관행이 근절되고, SW 개발자 근로 여건이 개선된다. 사업에 들어가는 소요 예산과 인력 투입 효율성이 향상돼 기업 수익성이 제고된다.

이를 위해 전자정부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의 협력이 필수다. 보안 요건 준수가 여의치 않은 중소기업을 위해 원격 개발 근무 지원 센터를 설립해 지원하는 방안에도 관계 부처와의 협력이 긴요하다.

원격지 개발 활성화를 위해 작업 장소 협의 원칙을 강화하고 SW 사업 산출물 활용 촉진을 위해 개발 산출물 제공 요구 절차를 규정하는 등 고시(과학기술정보통신부 SW 관리감독에 관한 일반 기준)를 선제 개정하는 등 발 빠르게 이행 실력을 갖춰 가고 있다. 과기정통부의 발 빠른 제도 이행은 매우 바람직하다.

원격지 SW 개발 사업을 현행 39.6%(633개 사업) 수준에서 50%(800개 사업)로 확대할 때 기업의 비용 절감 157억원, 간접 고용 일자리 183개 창출이 추산되는 등 예상되는 시장 순기능도 기운을 북돋는다.

일찍이 ICT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원격지 개발을 넘어 원격 개발이 대세다. 원격 개발은 말 그대로 원격으로 SW를 개발하는 것을 뜻한다. 작업 장소나 시간, 국경, 고용 형태의 다양성까지 확대되고 있다.

원격지 개발은 비단 사업자뿐만 아니라 발주 체계의 근본 문제, 즉 발주자의 역량 강화에도 도움을 준다. 장기로는 우리 SW 산업 전반에 걸친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원격지 개발은 SW 사업의 재도약으로 가는 초석이자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18년 만에 SW산업법의 전면 개정을 앞두고 원격지 개발 관련 내용을 보강한 것은 매우 고무되는 일이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정부와 업계는 머리를 맞대고 관련 법률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세부 시행규칙 마련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유독 공공 SW 시장에서만 '아직도 왜' 10년 전 문제가 지속·반복되는지,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 답은 '공공SW사업 혁신방안'에 있다. 이제는 이행 실력 문제고 실행력 문제다. 공공SW혁신방안이 산업계에 잘 정착돼 SW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초석이 정부의 이번 정책 방안을 통해 실현되길 바란다.

박진국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장(아이티센 대표) jkpark1@itc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