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이제민 부의장·이정동 특보와 오찬…"과감한 행정 위해 법령 폭넓게 해석해줘야"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법적인 근거가 없으면 과감한 행정을 펼 수가 없다”며 “금지돼 있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도록 법령을 폭넓게 해석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이제민 부의장·이정동 특보와 오찬…"과감한 행정 위해 법령 폭넓게 해석해줘야"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에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전했다. 이제민 부의장과 이정동 특보는 23일 임명됐다.

문 대통령은 오찬 자리에서 경제 정책에 대한 여러 의견을 주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벤처기업을 처음으로 만든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했으나 그걸 인수한 사람들은 성공을 했다”며 “창업자들이 8~9부 능선까지 올라갔다가 마지막 고비를 못넘겼는데, 인수자들이 앞 사람의 실패를 교훈삼아 성공률을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특보는 “실패를 해도 사회가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뒷배가 튼튼해야 앞으로 나간다”고 강조했다.

이 특보는 혁신성장을 위해선 경력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특보는 “실리콘밸리에 활동하는 하이테크 창업자 평균 나이는 50대로, 경험이 풍부하고 시행착오가 온몸에 새겨진 사람들이 창업을 하는 거다”며 “우리나라처럼 20대가 아니다. 정부도 이런 경력자 창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 말이 마음에 든다”며 “우리가 시니어 창업이란 말을 써 뭔가 어색했는데 앞으로는 경력자 창업이라는 말을 써야겠다”고 공감했다.

또 이 특보는 “중국은 벤처기업들이 정부의 힘으로 창업을 하고 성장을 한 뒤 실리콘밸리에 가서 큰돈을 번다”며 “한국 인재들은 다들 대학에 몰려가서 논문 쓰는데 매달리는 데 반해 중국은 현장에서 물건을 만들고 돈을 번다. 현장 공무원이 민간을 자극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현장 책임자가 도전을 하기 어려운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성문법 체계와 관련이 있다”며 “감사원 문책이 두려우니 자기가 다쳐가면서까지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금지돼 있지 않으면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도록 법령을 폭넓게 해석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감사원이 이러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아직 공직문화는 굳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이 부의장은 “과거 DJ 정부 때는 대기업 출신들이 회사를 나와서 창업을 많이 했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이 받쳐주질 않으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더 이상 경험있는 사람들이 도전적인 창업을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회안전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또 재정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부의장은 “우리 국민들이 공공부문 확대에 대해 거부감이 크다”며 “공공부문 확대와 더불어 공공부문 개혁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 옛날처럼 사람 자르는 개혁이 아니라 일을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방향성을 결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그는 “올해 확장적 재정운용이 필요하다”며 “우리 공무원들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너무 강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재정확장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확정과 관련해 이 특보는 “재정확장을 개인 돈으로 보면 주머니를 키우는 건 케인즈식으로 하고, 쓸 때는 슘페터식으로 혁신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제언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