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이 넥슨 인수전에 뛰어든다. 단독 인수가 아닌 컨소시엄 형태다. 카카오와 함께 텐센트 투자를 받은 넷마블이 가세하면서 텐센트가 물밑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넷마블-카카오-텐센트' 연합군 시나리오가 힘을 받는다.
넷마블은 31일 “넥슨 유무형 가치는 한국 주요 자산”이라며 “해외 매각 시 대한민국 게임업계 생태계 훼손과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기 때문에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인수전에 참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넥슨 유력 인수 대상으로 사모펀드와 중국·미국 IT기업 등 해외 자본이 꼽혔다. 예상 매각가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국내에서 이 같은 자금력을 가진 기업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가 인수를 검토하고 나섰고, 넷마블이 공식 인수 의사를 밝혔다. 국내 업체가 주도하는 컨소시엄 결성 시나리오가 떠오른다.
다만 넷마블과 카카오가 연합해 단기대출, 채권발행, 유상증자를 한다고 해도 단시간에 10조원에 달하는 현금자금을 만들 가능성은 쉽지 않다.
그러나 두 회사에 이미 투자를 하고 있는 텐센트 힘을 이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넷마블과 카카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텐센트가 자본을 제공하는 형태 인수 가능성이 제기된다. 더불어 국내계열 사모펀드에도 텐센트가 자본을 넣고 컨소시엄으로 불러들여 물밑에서 지분을 확보한다는 시나리오다. 넷마블과 카카오가 전면에 나서고 텐센트가 배후에 위치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국내 자본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두 회사에는 텐센트 입김이 닿는다. 텐센트는 넷마블 지분 약 17%를 보유하고 있다. 3대 주주다. 카카오는 2대 주주로 지분 6.7%를 가지고 있다. 카카오게임즈에도 자회사를 통해 지분 6%를 보유하고 있다.
텐센트 입장에서는 넷마블-카카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참여, 외국 기업에 한국 대형 게임사가 넘어간다는 부정적 여론을 희석시킬 수 있다. 이미 지분 투자 관계가 있는 텐센트가 카카오, 넷마블을 통해 자연스럽게 넥슨을 끌어안아 모양새도 좋다. 향후 넥슨에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쉽다.
각자 인수 동기는 분명하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게임즈와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넷마블은 국내 1위 게임사로서 지위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진출을 가속할 수 있다. 텐센트는 중국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던전앤파이트 개발사 네오플을 가져가면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이해관계가 맞는 연합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텐센트는 자금 동원 능력 등 여러 측면에서 독자인수 능력은 있으나 논란을 피하고자 국내 기업을 앞세우고 사모펀드를 끌어들어 컨소시엄을 형성할 것”이라며 “한국 기업을 내세우면 정치적 논란이 없고 상황에 따라 손 떼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