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클럽을 넘어 2조 클럽 자리를 지키는 게임사가 있는가 하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는 게임사도 있다. 자유시장 경쟁 체제에서 경쟁력에 따른 도태는 어쩔 수 없는 결과지만 상위 몇 개 업체에 매출이 몰리는 현상은 해를 거듭될수록 심화하고 있다.
넥슨과 넷마블은 매출 2조원을 넘어섰다. 엔씨소프트도 1조원 대 매출을 지켰다. 반면 엔터메이트, 액션스퀘어는 사업손실이 계속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파티게임즈는 지난해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결은 다르지만 와이디온라인도 거래할 수 없는 상태다. 지난 몇 년간 흥행작을 내지 못한 결과다.
조이맥스, 넥슨지티를 비롯해 플레이위드, 한빛소프트, 드래곤플라이, 바른손E&A, 썸에이지, 와이제이엠게임즈, 넷게임즈 등 소위 게임산업 허리를 받쳐줄 상장 중견 업체가 힘을 못 쓰고 있다.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최상위 업체로 모든 게임과 매출이 쏠리고 있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이른바 빅3 작년 매출 총합은 6조2660억원에 이른다. 중견업체로 평가받는 펄어비스, 네오위즈, 게임빌, 컴투스, 웹젠, 위메이드, 조이시티, 선데이토즈 작년 매출 합은 1조5754억원으로 빅3 매출 25%에 불과하다.
모바일 게임시장이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로 재편된 후 국내 시장은 MMORPG를 만들 수 있는 게임사와 그렇지 않은 게임사로 나뉘었다. 조이시티, 선데이토즈 정도만이 MMORPG없이 성장 목표를 세울 수 있는 정도다.
이 때문에 업계 허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적악화가 연구개발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신작이 나오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썰물처럼 들어오는 중국게임에 안방을 내줬다. 다수 중소업체 작품이 장기 서비스에 실패하고 서비스를 종료한다. 유명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지 않았거나 이를 활용하지 않은 중소업체 작품은 흥행은커녕 시장 안착도 힘들다.
흥행산업이지만 펄어비스, 데브시스터즈를 제외하면 100% 이상 성장하는 기업이 없는 기이한 흥행산업이 돼버렸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져 대형 업체 작품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중소 업체는 신작 흥행 실패가 더욱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다수 중소업체가 장기간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환경이다.
양극화로 게임업체 수는 2012년 1만6000여개에서 2016년 1만2000여개로 대폭 감소했다.
국내 기업 간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전망이다. 대형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확충한다. 불황에 매물로 나온 스튜디오가 많아 가격이 전체적으로 저렴해졌지만 유동 자금이 부족한 중견·중소 업체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