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스토'는 상품별로 정해진 공간에 배치하던 기존의 물류 시스템에서 벗어나 한정된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커다란 수납장 같은 진열대를 일렬로 배열해 놓고 다양한 제품을 진열대 곳곳에 구역이나 종류 구분 없이 소량씩 배치한다. 같은 물건이 이쪽 진열대에도 있고 저쪽 구석 진열대에도 비치된다. 언뜻 보면 무질서한 데다 비효율 같아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각 상품의 입출고 시점을 예측한 데이터와 저마다 다른 400만 종류의 상품 규모, 주문받은 상품을 보관 장소에서 꺼내는 인력 동선을 모두 고려한 시스템이 배치 공간을 정한다.
제품은 랜덤스토 기반의 물류 소프트웨어(SW)를 설치한 단말기가 지시하는 진열대 위치에 배치한다. 이 SW는 해당 제품의 주문 빈도, 센터 전체 내 배치 분포, 위치별 재고량 등을 토대로 최적의 진열 장소를 계산해서 입고 담당자에게 알려준다. 제품을 아무 곳에나 무작위로(랜덤) 집어넣는(스토)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고도의 알고리즘으로 제품별 배치를 설계하는 것이다.
최대 장점은 속도다. 수많은 입고자와 출고자가 각자 동선을 최소화할 수 있어 작업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더 많은 제품을 더 빠른 시간에 내보낼 수 있다.
랜덤스토는 공간 관리 측면에서도 효율이 높다. 제품 보관 공간이 정해져 있는 일반 물류센터에선 제품이 소진돼도 다시 채워 놓기 위해 그 공간을 비워 놓는다. 그러나 랜덤스토 시스템은 빈 공간으로 발생하는 비효율을 허용하지 않는다.
해외에는 아마존, 국내에서는 쿠팡이 각각 대표하며 활용하고 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