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SW) 알파고와 이세돌 기사의 바둑 대회를 통해 우리는 AI 기술이 얼마나 놀라운 가를 지켜봤다. AI 기술이 자율자동차, 지능형로봇, 스마트 공장에 적용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는 걸 실감한다. 머지 않는 미래에 현재의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AI와 SW 기술 발전이 우리 생활을 엄청나게 변화시키며, 나아가 한 국가의 발전과 실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각 국가는 이런 첨단 분야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한다.
기술 전쟁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핵심 원천기술 개발과 우수한 인력 양성이 절대 필요하다. 대학 교육 변화가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강의실에서 진행되는 대학 교육은 이론에 너무 치우치거나 실제 기업 현장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기업은 대졸 신입사원을 받아서 별도의 실무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무교육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으로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SW 인재 양성을 위해 2015년부터 SW중심대학 사업을 시행했다.
SW중심대학사업은 초·중·고등학교 학생부터 대학생,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교육 대상을 확대해 운영한다. 특히 초·중·고교 학생 대상 SW 교육을 통해 관심과 적성이 있는 학생을 조기 발굴한다. 대학에 진학해서 체계화된 SW 교육을 받고 기업 현장의 실전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학생은 기업에 현장실습(즉 인턴십)을 보낸다. 현장실습을 시행하면서 이것이 SW 실무 교육의 중요한 방법 가운데 하나임을 실감한다.
학생은 현장 실습으로 자신감을 얻는다.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이 실제 기업 업무에 활용되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과 자신감을 얻었다는 학생이 많다. 막연하게 느껴 온 실무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늘었다.
두 번째 효과는 실무 경험을 통해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새로운 내용을 많이 배운다. 그 가운데에서 특히 SW 개발 프레임워크나 도구를 접해 본 것이 크게 도움이 된다. 이런 프레임워크나 도구는 실무에서는 필수로 사용하지만 종류도 많고 기업마다 서로 다른 것을 사용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모두 접해 보기 어렵다. 그러나 특정 프레임워크를 경험한 경우 이를 필요로 하는 다른 기업에 취업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에 학생에게는 소중한 기회가 된다.
기업은 예비 취업자 발굴과 훈련 기회로 활용한다. 수도권과 달리 강원대가 위치한 춘천에는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있다. 학생들은 지역 기업에서 현장실습을 하면서 규모가 작지만 기술력이 높고 유망하다는 것을 알고, 기업에서는 학생의 우수성을 미리 경험하고 채용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었다.
춘천에 위치한 더존비즈온은 기업업무용(ERP) 소프트웨어(SW) 분야의 국내 1위 기업이다. 최근에 빅데이터, AI,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해 기업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위하고(WEHGO) 플랫폼을 출시했다.
강원대와 더존비즈온은 6개월 일정의 장기 현장실습을 시행하기로 협약했다. 더존비즈온은 학생 6명을 6개월 현장 실습 후에 모두 정규 직원으로 채용했다. 현장 실습이 학생에게 실무 훈련의 기회가 되기도 했지만 이미 회사에서 필요한 상당한 능력을 갖춘 예비사원 교육인 현장훈련(OJT)이 된 셈이다.
SW 기업뿐만 아니라 바이오, 농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SW 기술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당장 취업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기업으로서는 짧은 기간이지만 현장 실습이 인력 수급의 기회로 활용하기도 한다.
현장실습이 기업과 학생 모두에게 기회가 되고 있어 방학 중 현장실습 외에도 학기 중 4개월 또는 6개월의 장기 인턴십을 희망하는 학생과 기업이 늘고 있다.
대학에서 실무 능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국가 발전에 중요한 목표다. SW 교육은 대학 혼자가 아니라 지역 기업과의 협력으로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지역 기업과 함께하는 SW 교육은 실무 역량을 갖춘 SW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지역 국가 균형 발전을 비롯해 청년 일자리 문제 해소와 미래 성장 동력 창출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길이다.
김진호 강원대 IT대학 SW중심사업단 단장(교수) jhkim@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