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이 한국 콘텐츠 플랫폼 글로벌 진출에 기폭제로 활약한다.
네이버 동영상 플랫폼 브이(V)앱은 지난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그래미어워즈에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 참가를 생중계했다. 방송은 시작 수분 만에 중계를 멈춰야 했다. V앱 접속량이 폭주했기 때문이다.
방송이 중단되자 네이버는 곧 다시보기 영상을 송출했는데 4분 만에 200만명 시청자를 기록했다. 17일 오전 기준 방탄소년단 V앱 그래미어워즈 누적 시청 횟수는 780만건을 돌파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래미 시상식은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행사”라면서 “순간적으로 많은 이용자가 몰리다보니 서비스가 이를 감당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방탄소년단 중계를 전후해 V앱 전체 트래픽은 25% 이상 상승했다. 미국, 한국, 일본, 멕시코, 브라질 순으로 접속량이 많았다.
방탄소년단은 V앱 중계는 물론 국내 디자이너 의상을 착용하고 현대 펠리세이드를 타고 등장하는 등 국내 산업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부터 V앱에서 활동 중이다. 일상, 활동 중계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팬들에게 제공한다. 이들이 V앱에서 운영하는 BTS는 팔로어만 1200만명 이상이다.
네이버는 베트남을 제외한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V앱을 직접 서비스 한다. 1200만 팔로어를 지닌 방탄소년단이 V앱 글로벌 진출 선두에 선 셈이다.
게임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관측된다. 넷마블이 1월 말부터 운영을 시작한 'BTS월드' 트위터는 2주 만에 팔로어 18만을 돌파했다. BTS월드는 방탄소년단을 소재로 넷마블이 제작하는 게임이다. 2분기 출시 예정이다.
넷마블 관계자는 “방탄소년단 인지도가 세계 전역에서 높은 만큼 트위터를 공식 소통창구로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은 BTS월드에 화보, 음원 등을 독점 공급한다. 넷마블은 '세븐나이츠' '리니지2레볼루션' 등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으로 성장한 회사지만 올 상반기 이례적으로 시뮬레이션 장르인 BTS월드를 내세웠다.
국내 동영상 플랫폼 시장은 유튜브 등 글로벌 기업이 점유율을 과점했다. 게임 역시 국내 업계 주력인 RPG 분야에서 중국과 격차가 거의 없어졌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해 국감에 출석해 “(비용문제 때문에) 카카오나 네이버는 절대 구글과 같은 고화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서 “결국 사용자 선택이 갈려 이미 동영상 미디어 시장에서 한국 업체는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업체보다 국내 업체가 망 이용료를 많이 내고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에 더해 덩치 차이가 너무나 싸움이 안 된다는 현실적 인식이 담긴 발언”이라면서 “정면 승부는 어렵겠지만 BTS 사례처럼 콘텐츠를 앞세운다면 토종 플랫폼이나 게임도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