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펩타이드와 항체 의약품의 장점을 모두 갖춘 펩타이드·항체 하이브리드 항암제 기술을 개발했다. 펩타이드의 장점인 암 조직 침투 능력에 항체의 긴 약효 지속시간을 더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신성철)은 전상용 생명과학과 교수팀이 정준호 서울대 의과대 교수와 함께 펩타이드 항암제와 항체를 결합한 새로운 복합체를 만들었다고 17일 밝혔다.
펩타이드와 항체는 항암제 개발에 주로 쓰인다. 둘 다 여러 개 아미노산이 결합한 형태인데, 아미노산 서열에 따라 다양한 항암 효능을 발휘한다. 연결된 아미노산 수로 펩타이드와 항체로 나뉜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이 40개 미만이고, 항체는 1500개 이상이다.
펩타이드의 경우 최근 들어 항암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아미노산 수가 적은만큼 크기도 작아 암세포 침투능력이 뛰어나다. 암 조직 깊은 곳까지 약 효능을 전달한다. 그러나 약효가 반감되는 '혈중 반감기'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항체 항암제는 크기가 커 오랫동안 약효를 유지하지만 반대로 침투능력은 떨어진다.
연구팀은 펩타이드와 항체 복합체를 형성해 약효 지속시간과 암 조직 침투능력을 모두 높였다. 펩타이드로는 암 세포를 표적해 결합하는 것과 혈관 혈성을 저해해 암 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것 두 개를 썼다. 니코틴 대사체인 코티닌을 이들 펩타이드와 항체 결합 기반으로 활용했다.
이 결과로 각 펩타이드가 가진 효능을 보존하면서 혈중 반감기는 기존 펩타이드 대비 20배 증가시켰다. 새로운 복합체는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도 높은 암 성장 억제 효능을 발휘했다.
연구팀은 추가로 다양한 펩타이드를 활용한 복합체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전상용 교수는 “새로운 펩타이드, 항원 복합체 플랫폼을 개발했다”며 “기존 펩타이드와 항체 의약품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 효과적인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