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에서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은 옛말이 됐다. 중저가 스마트폰은 특화된 성능을 갖추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자랑하고 있다. 소비자는 알뜰폰 통화 품질과 데이터 속도에 의구심을 품곤 하지만 이동통신사가 제공하는 품질·속도와 차이가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8년 통신서비스 품질평가 결과' 발표에 따르면 이통 3사와 알뜰폰 품질은 유사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알뜰폰이 이통 3사 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알뜰폰 사업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알뜰폰은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2011년에 도입됐다. 2015년 4월에 가입자 5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알뜰폰 자체 노력과 정부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했다. 알뜰폰은 2017년 말 가입자가 750만명에 이르고, 이통 시장점유율 약 12%를 달성했다. 알뜰폰 성장은 저렴한 요금에 기인한 바도 있지만 선불요금제, 군장병 대상 스마트폰 대여서비스, 긴급 출동 서비스, 자녀 위치 확인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와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한 결과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알뜰폰 도입으로 2011~2017년 통신비가 약 2조8000억원 절감된 것으로 추정되며, 2018년 기준으로 4조원 이상이 절감됐을 것으로 보인다. 알뜰폰 도입으로 경쟁 유인을 통한 요금 인하 간접 효과뿐만 아니라 요금제 다양화로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2018년 5월 이후 선불과 사물통신을 제외한 알뜰폰 후불 가입자가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8월 알뜰폰 후불 가입자(M2M 제외)는 358만3000명으로 2018년 4월 363만명과 비교, 4만7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불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한 번호이동 시장에서도 알뜰폰으로의 번호 이동은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 배경에는 정부 보편요금제가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음성통화 약 200분에 데이터 1GB 이상을 제공하는 요금제로, 선택약정할인 25% 적용을 통해 월 1만5000원 수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보편 요금제 도입 계획은 이통 가격 인하 경쟁을 초래했다. 저가 요금을 주요 무기로 삼고 있는 알뜰폰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응, 알뜰폰은 생존을 위해 유통 채널을 넓히고 차별화된 요금제를 선보이는 등 가입자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 알뜰폰 가입자 감소는 알뜰폰 정책이 중장기 비전 고민이 부재한 상태에서 단기 처방에 급급해 왔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알뜰폰 문제 원인의 근본은 국내 알뜰폰 도입 상황이 해외와는 달랐음에도 이 점을 간과한 채로 정책을 수립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통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 활성화를 위해 서비스 경쟁자로 알뜰폰을 도입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이미 성숙한 시장에 알뜰폰을 도입했다. 이는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해외와는 다른 정책 접근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알뜰폰은 명칭 변경으로 이미지를 바꾸려고 노력한 바 있다. 소비자에게 알뜰폰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제공도 중요하지만 5세대(5G) 이통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는 등 내실 강화와 5G 시대 알뜰폰이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찾는 것이다. 알뜰폰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단지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서비스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5G 시대에 적합한 알뜰폰 역할을 재조명하고 한국 시장 상황에 맞는 알뜰폰 활성화 근본 대책을 고심해야 한다. 도매 대가 산정 방법, 대용량 선구매 제도 등 현안 고민과 중장기 접근 방식으로 알뜰폰이 이통 시장에서 유효 경쟁을 지속하면서 안정 실현을 할 수 있는 중장기 로드맵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minsooshin@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