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보안을 이유로 화웨이 퇴출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화웨이 제품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국가들이 속속 늘고 있다.
최근 영국에 이어 뉴질랜드가 아직 완전히 화웨이 제품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뉴질랜드는 독자적으로 화웨이 제품의 보안에 대해 평가한 뒤 결론내릴 것”이라며 “아직 화웨이 제품을 완전히 배제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화웨이 제품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11월 뉴질랜드 정보기관인 정부통신보안국(GCSB)이 중국의 차세대 이동 통신망 기술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화웨이를 배제했다.
로이터통신은 영국 정부가 뉴질랜드 정부의 행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뉴질랜드 정부의 발표는 영국이 화웨이 보안 위험은 제어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직후 나왔다. 영국 정보기관이 화웨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며 완전 퇴출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영국과 뉴질랜드 모두 미국과 기밀을 공유하는 '파이브 아이즈' 구성국이어서 미국의 반 화웨이 움직임이 힘을 잃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파이브 아이즈에는 미국과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영어권 5개국이 가입해 있다.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도 화웨이 제품 안보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은 “미국의 안보 위협 경고가 과잉반응”이라며 화웨이를 두둔했다.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화웨이 제품을 선호한다. 필리핀의 글로브 텔레콤과 싱가포르 M1가 화웨이와 5G 서비스 테스트에 들어갔다.
반면 미국 동맹국인 캐나다, 호주, 일본, 대만 등이 화웨이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는 미국의 요청으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화웨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본격 심화됐다.
일본 정부는 정부 부처, 이동통신사에 이어 일반 기업들에도 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의 통신 설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폴란드는 지난달 중국 화웨이의 유럽 중·북부 판매 총괄 임원인 왕웨이징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 미국의 화웨이 배제 움직임에 따른 것이란 해석이다.
미국은 동맹국을 중심으로 화웨이 견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와 중국 당국의 유착관계를 의심하며 화웨이가 도청을 통해 중국 정부에 각국 기밀을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만약 화웨이 장비가 미국의 중요한 시스템이 있는 곳에 배치되면 미국은 그런 국가와 협력 관계를 맺기 어렵다”며 "화웨이와의 협력을 계속한다면 미국은 특정 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