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전개될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북한 경제 개방 시 우리가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며 철저한 대응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에서 가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거둔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면서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진영과 이념에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 체제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경제 개방에 대비한 선제 노력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 국가와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할 것”이라면서 “그 과정에서도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고 힘줘 말했다. 대북 경제 제재 완화 시 이어질 개발·투자 사업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선언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 체제의 해체에 성공한다면 세계사에 뚜렷하게 기록될 또 하나의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서는 “핵 대신 경제 발전을 택해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려는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 각각 오전과 오후에 입성한다. 양국 실무진은 두 정상의 하노이 도착에 대비해 막판 '빅딜'을 조율했다. 비핵화를 넘어 '종전선언' 접점을 찾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의제 협상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 조치다. '영변 핵 시설+알파'를 놓고 접점을 찾을지가 관건이다. 미국의 상응 조치로는 연락사무소 개설, 제재 예외 적용을 통한 남북경협 등이 거론된다. 이미 큰 틀에서 합의문은 만들어졌고, 두 정상의 최종 협상 몫으로 비핵화 범위와 일부 문구를 '빈칸'으로 남겨뒀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 양자 '종전선언'이 하노이 선언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청와대는 25일 북·미 간 2자 종전선언에 대한 합의 가능성을 공식 언급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 의제에 종전선언이 포함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 “어떤 형식의 종전선언이라도 우리 정부는 환영”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상대국 외교 사안에 대해 사전 조율 없이 먼저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북·미 간 의제 실무 협상을 통해 상당 부분 접점을 찾은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종전선언은 북한 체제 보장과 직결되는 만큼 미국이 비핵화 상응 조치로 꺼낸 카드일 수도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최소한 이번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의 동결·폐기는 사전 조율 단계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이 포함될 가능성은 짙다”고 예의주시했다.
신 센터장은 “다만 미국이 종전선언을 해줌에 있어 주한 미군이나 유엔군 사령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