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저녁 9시 판교 뉴스페이스 광장 옆 도로에는 택시 행렬이 한 차선을 차지했다. 퇴근 이후 저녁식사를 마친 판교 직장인을 태우기 위한 줄이다. 판교 지역 근로자가 대부분 다른 지역에서 출퇴근하기 때문에 택시들은 저녁 손님 잡기에 분주했다.
특이한 점은 경기도 택시가 아닌 서울 택시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성남지역 택시와 다툼도 종종 일어났다. 서울로 이동을 꺼렸던 지역 택시는 판교지역에서 배회영업을 하나둘 포기했다. 최근 두 달새 판교 거리는 저녁만 되면 서울 택시로 장사진이다.
성남시 관계자는 “단순 정차와 장기정차 여객유치 행위를 구별해 단속이 쉽지 않다”면서 “주정차 금지구역 단속만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김태형씨는 “집이 서울이어서 시간이 조금만 늦어도 퇴근하는 데 큰 불편을 겪는다”면서 “그나마 서울택시라도 있어 강남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웬만한 회식은 강남 지하철역 근처에서 한다”면서 “판교에서는 저녁 약속을 잘 잡지 않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넷회사에 근무하는 이진형씨도 “판교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근무여건은 좋다”면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용이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서울택시가 자리잡으면서 분당 등 인근에 사는 직장인들은 또 다른 고통을 겪는다. 서울택시들은 인근지역으로 이동하지 않는다. 목적지가 서울이 아니면 불법영업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서판교나 분당에 사는 직장인은 저녁 회식 후 퇴근에 불편함을 호소한다.
스타트업 대표인 박진석씨는 “집이 서판교에 있어 택시로 10분 이내면 도착한다”면서 “서울 택시는 운행을 안 하고 지역 택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회식 끝나고 택시를 잡다가 포기하고 결국 걸어갔다”고 털어놨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연도현씨는 “걸어서 30분 정도 걸리는데 회식 후 20분을 기다려서 택시를 잡았다”면서 “지역 택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저녁이나 밤에 택시를 잡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역 상인은 출퇴근 불편으로 지역상권에 공동화 현상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낮에 빼곡하던 직장인들이 저녁이면 거의 찾아 볼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철 판교상인연합회 사무국장은 “저녁 상권이 살아나지 않는 이유가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면서 대중교통이 불편한 점을 꼽았다. 그는 “평일 저녁에도 손님이 적은 편이지만 금요일은 회식이나 야근이 없어 일주일 중 가장 썰렁하다”고 말했다.
판교 유스페이스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신지석씨는 “낮에는 아르바이트생을 2명 고용해 운영한다”면서 “저녁에는 혼자 일해도 손님이 별로 없어 가능하고 일요일에는 아예 문을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택시 영업을 막고 지역상권을 살려야 한다는 요구가 일고 있다.
도시 공동화현상 해소와 지역상권 살리기에 나선 판교We포럼은 카풀, 타다 등 승차공유 시스템 도입이 타 지역 택시 영업 방지와 지역 상권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강문수 위원장은 “카풀 서비스 등을 이용해 직장인이 서울로 택시보다 싼값에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면 굳이 서둘러 이동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면서 “새로운 혁신 플랫폼 산업을 이용한다면 판교 공동화 현상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승차공유 플랫폼과 제휴한다면 편리한 이동과 꾸준한 고객을 동시에 확보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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