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부터 이틀 동안 베트남 하노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두 정상은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가진 1차 회담 이후 8개월여 만에 다시 만나 세기의 협상을 벌였습니다. 이들의 회담이 주목받은 것은 결과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와 우리나라가 속한 한반도 평화정착의 구체적 향방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이었던 첫 날 회담 분위기가 둘째 날 점심 무렵 급반전하면서 양국 간 협상은 결렬됐습니다.
지난 일주일 사이 연일 '정상회담' 뉴스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개최 직전부터 개최 이후 평가까지 계속해서 주요 뉴스로 다뤄졌습니다. 정상회담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그만큼 양국 간 중요한 의제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2차 북미회담처럼 변수도 많습니다.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대표 외교관입니다. 정상회담은 두 나라 혹은 그 이상의 최고 권력자가 만나 공통의 현안을 함께 논의해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자리입니다. 친교 성격의 회담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각 나라의 산업자원, 문화, 기술 등의 협력 확대를 약속하는 등 윈윈 전략을 찾는 자리입니다. 때로는 통상 마찰 등 두 나라 사이에 쌓인 갈등을 해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정상회담은 꼭 대통령끼리 만나서 하는 것인가요.
A. 정상회담은 각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만나 문제에 논의 하는 것입니다. 반드시 대통령 간 만남을 이야기하진 않습니다. 각 나라마다 입법부와 행정부 구성 구조가 다릅니다.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제인 경우 대통령은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의 역할을 겸합니다. 반면 독일, 이탈리아, 영국, 일본 등과 같이 의원내각제인 경우 대통령이나 왕은 국가원수의 상징성만 가질 뿐 입니다. 의회에서 선출한 총리가 국가 모든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실권은 가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한일정상회담을 한다고 하면 우리나라에선 대통령이, 일본에서는 총리가 각각 카운터파트너가 됩니다.
Q. 장관이나 외교 전문가가 대신 협상을 하면 안 되나요.
A. 대부분 정상회담은 사전 협의가 이뤄집니다. 사전 협의 단계에서 장관이나 전문가가 만나 대부분 문제에 대해 실무협의를 하고 양국 간 회담 결과문에 대한 얼개를 마련해 놓긴 합니다. 하지만 종종 두 나라 사이의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거나 이번 북미정상회담처럼 국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 등은 실무협상에선 한계가 있습니다. 정책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담판을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상회담을 하면 두 정상 간 단독회담에서 큰 사안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이어서 확대회담을 통해 양국 간 최종 조율을 마치고 공동성명이나 언론발표문, 혹은 선언 등을 내놓습니다. 2차 북미정상회담처럼 반대의 경우도 나옵니다. 각 정상이 합의하지 못하면 회담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기도 합니다.
Q. 정상회담은 꼭 두 나라만 하는 것인지요.
A. 그렇진 않습니다. 양국 간 정상회담도 있지만 공통의 문제와 관련된 모든 나라의 최고 권력자들이 모여서 하는 다자 정상회담도 열립니다. 대표적인 것이 'G20 정상회담'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20개 나라 정상들이 모여 국제 사회의 주요 현안을 폭넓게 논의합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정상회담이 열립니다.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ASEAN) 10개국 간 정상회담인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연말에 개최됩니다. 올해 30주년을 기념해 더욱 의미 있는 행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정상회담을 하려면 국빈방문 형식으로 이뤄지나요.
A. 보통 정상 간의 양자회담은 두 나라 중 한 곳을 방문하면서 이뤄집니다. 하지만 방문 형식은 국빈일 수도 있지만 여러 등급으로 나눠집니다. '국빈방문'은 말 그대로 국가가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국빈자격 방문은 최상의 예우와 의전을 받게 됩니다. 그 다음 단계가 공식방문, 실무방문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단계별로 환영행사를 비롯한 예우와 의전에 차이가 납니다. 심지어 환경의 의미가 담긴 예포 발사 수도 정해져 있습니다. 외교의례상 대부분 국가에서 국가원수가 국빈 방문할 때 21발의 예포를 쏩니다. 직위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통령은 21발이고, 부통령이나 총리의 경우 19발을 쏩니다. 또 국빈방문의 경우 초청 국가에서 모든 체제 비용을 부담합니다. 비용문제 등을 고려해 원칙적으로 대통령 임기 중 국빈방문 자격을 나라별로 1차례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공식방문은 업무상 방문이기 때문에 각 나라에게 경비부담을 합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한 미국과 북한은 공식방문입니다. 방문 경비를 각국에서 부담을 하지만 이번 회담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특별회담이었기 때문에 베트남 정부에서는 '국빈'에 임하는 예우와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상회담, 세계를 바꾼 6번의 만남'
저자:데이비드 레이놀즈, 출판사:책과함께, 출판일:2009.05.28
20세기에 벌어진 6차례 정상회담을 집중 탐구한 책이다. 현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발전한 외교 현상인 정상회담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저자인 영국 역사학자 데이비드 레이놀즈가 문서보관소에서 새로 공개된 자료들을 꼼꼼하게 살펴 쓴 것이다. 세계 지도자들이 정상회담에 이르는 과정에서부터 정상회담 현장의 생생한 분위기, 그리고 그 성과가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등 회담의 전 과정을 썼다. 정상회담을 하나의 인간 드라마로 보면서 지도자들이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어떻게 파악했고 자신의 카드 패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생생하게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담대한 여정, 판이 바뀐다, 세상이 바뀐다'
저자:정세현, 황방열, 출판사:메디치미디어, 출판일:2018.08.30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한반도의 상황과 미래를 쉽게 분석한 책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에만 남북정상회담이 3번 열린데다 북미정상회담도 극적으로 두 번 개최됐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급물살을 타면서 한반도 정세 변화를 명쾌하게 짚어냈다. 비핵화와 대북제재를 맞바꾸는 대협상에서 우리나라는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신한반도 체제에 대한 미래상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