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대전환 시대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이 경제·산업·사회 구조를 근본부터 뒤바꾼다. 앞으로 기업은 물론 국가 조직까지도 AI 기술을 잘 활용하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영국, 덴마크, 싱가포르 등 세계 주요 국가들은 디지털 대전환에 효과 높게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마련, 추진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아예 '고잉 디지털!'이라는 간명한 슬로건을 내세운다. 국가와 사회 모든 분야를 디지털 기반으로 재설계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1등 국가라는 성과에 자만해서 주춤거릴 때가 아니다. AI 기술에서는 이미 중국보다 뒤처진다는 게 객관 평가이지 않은가.
디지털 대전환이란 시대 과제를 정면으로 감당하려면 우리나라는 크게 세 가지 어젠다를 추진해야 한다. 혁신 성장 동력이 될 데이터 고속도로, 스마트한 정부를 만들어 줄 디지털 정부, 5000만 국민에게 디지털 시대를 살아갈 소양과 능력을 길러 줄 디지털 시민교육 등 3대 디지털 혁신 어젠다가 필요하다.
먼저 혁신 성장의 혈맥이라 할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하자. 데이터의 생성, 수집, 유통, 거래, 분석, 활용이 물 흐르듯 흐르는 환경이 바로 데이터 고속도로다. 데이터 고속도로가 구축되면 우리나라는 인터넷을 가장 잘 쓰는 나라를 넘어 데이터를 가장 안전하게 잘 쓰는 나라가 될 것이다. 과거에는 초고속 정보통신망 등 ICT 인프라 구축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그 인프라 위에 데이터가 얼마나 잘 흐르게 할 것인지, AI 분석을 통해 얼마나 스마트한 서비스를 만들어 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로 산업화에 성공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보고속도로로 정보화에 성공했다면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는 데이터 고속도로로 지능정보화에 성공해야 한다. 데이터는 AI,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등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발전시킬 주요 고리인 만큼 데이터 고속도로를 구축하면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국가가 될 수 있다.
둘째 스마트하게 일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 정부를 구축하자.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전자정부 1등 국가였지만 이제는 전자정부 프레임을 넘어서야 한다. 기존의 전자정부 패러다임은 아날로그 업무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유지한 채 이를 온라인화하는 것이었다. 디지털 정부는 정부 업무 시스템과 프로세스 자체를 디지털 관점에서 근본부터 재설계하는 것이다. 이게 OECD에서 디지털 정부를 정의할 때 첫 번째로 거론되는 '디지털 바이 디자인'의 핵심 내용이다. 전자정부에서는 민원서류를 온라인으로 편하게 발급받는 게 자랑이지만 디지털 정부에서는 아예 민원서류 발급이 필요하지 않도록 행정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것이 목표다. AI와 빅데이터 시대에 정부 주도 행정으로는 더 이상 급속한 기술 발전을 따라갈 수 없다. 기존의 전자정부가 정부 주도로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의 디지털 정부는 민간 주도로 민간의 창의성을 혁신 기제로 활용하는 플랫폼 정부가 될 것이다.
셋째 디지털 포용을 위한 디지털 시민교육을 실시하자. 이미 디지털이 대세인 세상이다. 아날로그 방식, 아날로그 문화를 찾아보는 게 어려울 지경이다. 디지털 활용 능력이 떨어지면 모바일로 KTX 예매도 못하고 식당에서 음식도 주문하지 못하는 세상이다. 디지털 포용 없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 국가는 불가능하다. 과거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세계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쓰는 나라를 만들자'는 슬로건 아래 1000만 정보화 교육을 했다면 지금은 5000만 국민 모두가 디지털 세상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소양과 능력을 길러 주는 디지털 시민교육이 요구된다. 국민에게 평생교육 차원의 디지털 시민교육을 제공, 디지털 포용 국가 초석을 놓아야 한다.
20년 동안 강산이 두 번 바뀌었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 국가 정보화 어젠다가 정보고속도로, 전자정부, 1000만 정보화 교육이었다면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맞은 지금 국가 어젠다는 데이터 고속도로, 디지털 정부, 디지털 시민교육이 돼야 한다. 디지털 혁신 3대 어젠다는 대한민국을 혁신 성장, 정부 혁신, 디지털 포용 국가로 이끄는 3종 세트가 될 것이다.
문용식 한국정보화진흥원장 greenmun21@nia.or.kr
-
김지선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