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오닉스 기반 소재 개발 플랫폼을 구축해 배터리와 연료전지, 수소생산 등에 응용할 수 있는 고체전해질과 반도체전극, 촉매 신규소재 원천기술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김재국 전남대 신소재공학부 교수(53)는 전자 대신 이온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이오닉스(Ionics) 전극 소재 분야 전문가다. 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SCI)급 국제 학술지에 200여 편의 논문과 국내·외 학술대회에 300여건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1997년 미국 텍사스대학 박사과정 재학시절 세계 최초로 전극 소재 분야에 나노 개념을 도입한 연구 논문을 세계 최고학술지인 네이처지에 제 1저자로 게재하는 등 일찍부터 차세대 전지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4년간 미국 국립아르곤연구소에서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용 전극재료를 개발해 미국 GM, 독일 BASF, 일본 TODA, 한국 LG화학 등에 사상 최대 규모의 기술이전을 실시하기도 했다. 현재 전기차에는 김교수가 개발한 NCM계 양극활물질이 적용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전남대 교수로 부임한 그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사업(WCU) 지원으로 나노 이온학 연구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최근 발표한 나트륨(Na)-이온 전지용 원천소재 개발 연구논문이 영국왕립화학회(RSC) 최고인용 논문으로 선정됐다.
현재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단장, 연구처장, 산학협력단장 등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지난해 'AI 활용 이오닉스 기반 소재개발 플랫폼 연구센터' 사업으로 전남대 최초로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공학분야(ERC) 연구수행그룹 주관연구책임자로 선정됐다. 오는 2025년까지 7년간 177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AI 이오닉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원천소재를 개발할 예정이다. 연구센터에는 울산과기대와 숙명여대, 한밭대, 기초과학지원연구원, 딥솔루션 등도 참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전남대가 ERC에 선정된 것은 1991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라면서 “고기능성 이오닉스 기반의 소재와 AI를 활용한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구센터에는 이오닉스 기반 기초를 갖춘 중견 연구자와 소재 전공 AI 전문가와 다수의 기술사업화를 성공시킨 연구책임자가 참여하고 있다”면서 “독일과 일본 등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급성장하는 미래시장도 선점할 수 있도록 원천기술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POSCO) 석좌교수로 활동하며 에너지저장소재 분야 연구개발 방향에 대한 자문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김 교수는 단순히 학술 성과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산업체에 적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업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기술이전 및 사업화도 추진한다.
김 교수는 “대학 연구자들이 학술논문 위주의 연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하지만 성공적인 사업화 경험을 갖고 있는 책임연구자와 전통 이오닉스 전문역량을 갖춘 중견 연구자의 협업과 지원으로 기술이전과 사업화의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 보겠다”고 밝혔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