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힐 듯 했던 남북 간 경제협력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웠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경제협력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신(新) 한반도체제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남북 경협과 직결된 개성공단 기업은 '극단적 결과'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개성공단 기업은 하노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섣부른 기대나 낙관은 자제했다. 회담에서 대북 제재 완화가 이뤄져야 개성공단 재개와 경협 물꼬가 틀 것으로 예상했다. 개성공단 기업은 작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8개월 시간을 인내하며 기다렸다.
지난달 27일 정상회담 첫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환하게 웃으며 서로를 반기고 북한 경제 발전 가능성에 대한 발언을 강조하자 기대감은 고조됐다.
그러나 회담 둘째 날 오찬 및 합의문 서명식 취소 소식이 전해지자 상황이 반전됐다. 회담을 앞두고 베트남 현지에 위치한 개성공단 기업이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만큼 안타까움이 더해진 표정이다.
유창근 에스제이테크 대표(개성공단 재가동 TF단장)는 “베트남 현지에서 외신 등을 취합하며 실시간으로 회담 관련 정보를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로 나간 기업도 개성공단이 재개되면 돌아와 사업을 하고 싶어한다”며 진한 아쉬움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3·1절 기념식에서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미국이 대북 제재 완화 방침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 철도 연결사업도 탄력을 받긴 힘들어 보인다.
정치권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함께 각종 입법 작업을 준비하며 남북경협에 속도를 내려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남북철도 건설과 개성공단 재개 등은 여당이 자신하던 경협사업의 일환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두 정상이 서로 만나 본인들 뜻을 확인했기 때문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말처럼 몇 주 내 새로운 진전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다. 다만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정부여당의 '낙관론'에 대한 비판공세를 높였다. 남북 경협은 바라지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후 가능하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주식시장에도 충격파가 전해졌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경협 관련 종목 130개의 주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지난달 28일 하루 동안 평균 10.35%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종목 전체 시가총액은 134조594억원에서 128조4629억원으로 5조5965억원 감소했다. 130개 종목은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이 각각 '경협주로 거론되는 종목'으로 분류한 기업과 삼성증권이 경협 관련 유망종목으로 제시한 기업을 합한 것이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