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 당국이 대규모 합동군사훈련인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훈련'을 하지 않기로 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결렬 직후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이룬다면 빛나는 경제적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며 협상의 끈을 이어갔다.
국방부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부 장관 대행이 2일 오후 10시부터 45분 간 전화통화를 하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3일 밝혔다.
키리졸브연습과 독수리훈련은 한미연합방위태세 유지를 위해 매년 초 시행한 2대 핵심 훈련이다. 두 훈련은 각각 12년,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앞으로 키리졸브연습은 '동맹'이라는 새 이름으로 기존의 절반인 7일 간만 시행한다. 독수리훈련은 아예 없애고, 연중 소규모 부대 위주 훈련을 실시한다.
국방부는 양국 국방당국이 북한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이 북미 대화의 끈을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협상 울타리'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 원조 제공 가능성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연설에서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한다면 믿을 수 없는, 빛나는 경제적 미래를 가질 것”이라며 “잘 되면 다른 나라가 북한에 원조를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가 진전되면 대북 경제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면 어떠한 경제적 미래도 갖지 못한다”면서 반대 상황에 대한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북미가 하노이 회담을 빈손으로 마무리해 당분간 냉각기류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측이 관영 매체를 통해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고, 트럼트 대통령도 “우린 많은 진전을 이뤄냈고, 진전은 계속될 것”이라며 회담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 불씨를 살려 협상을 이어가는데 집중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하노이 노딜' 국면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의중을 확인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비핵화 돌파구를 모색한다.
김상기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북미 상황을 파악하고, 타협을 촉진하기 위해 특사를 파견하거나 남북정상 간 직접소통을 위한 실무회담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협상 재개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우리 역할에 따라 그 시간이 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정은 위원장은 베트남 방문 일정을 마치고 2일(베트남 현지시간) 오후 전용열차를 이용해 중국 내륙길을 거쳐 북한으로 향했다.
베트남으로 내려올 때처럼 3500㎞가 넘는 중국 내륙 철길을 60시간을 다시 달린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