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하노이선언' 없었지만 협상 불씨는 남아…중재역 '고심' 깊어진 문 대통령

[이슈분석]'하노이선언' 없었지만 협상 불씨는 남아…중재역 '고심' 깊어진 문 대통령

세계 이목이 집중된 2차 북미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을 맺었다. 비핵화 협상을 놓고 '제재 전면과 일부 해제' '영변 일부와 전체'를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회담이 끝난 후에도 협상 결렬 책임을 놓고 양측 신경전이 벌어졌다.

회담 직후엔 협상 중단 관측도 제기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북미 양국이 협상 불씨는 살려놨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두 나라는 '하노이선언'을 도출하지 못했지만 '협상 포기' 표현은 쓰지 않았다. 2일(현지시간)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언급하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이에 중재자 역할이 커진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문 대통령은 '신한반도 체제'를 앞세워 다시 한번 북미간 협상 다리를 놓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 북미 대화 복원 총력…남북→한미 회담 검토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3·1절 기념사에서 북한과 미국 모두와 긴밀히 소통해, 나라 사이 대화의 완전한 타결을 성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는 많은 고비를 넘어야 확고해질 것”이라며 “더 높은 합의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북미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춘추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북미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춘추관>

문 대통령은 우선 지난달 28일 북미 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트럼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대화 결과를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중재자 역할 첫 걸음으로 남북 대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사 파견이나 핫라인 통화도 활용할 수 있지만 남북 정상이 직접 소통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의 정확한 의중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판문점에서 이뤄진 2차 남북정상회담처럼 비공개 실무회담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번처럼 먼저 만나고 난뒤 사후 공개할 수도 있다. 기존 서울 답방 형식으로 추진되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1차 회담을 20여일 앞두고 김 위원장을 만나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문 대통령이 비공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카드로 돌파구를 찾아낸 바 있다.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빠르면 3월 말쯤 추진되고, 이후 4월 중순경 한미 정상회담 날짜가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먼저 만나고 북한과 본격 접촉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직접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경협 사업에 한해 협상에 먼저 나설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앞서 3·1절 기념사에서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평화경제의 시대를 열어나갈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재개방안도 미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내 3차 북미회담 가능성도

남북, 한미 간 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해 상반기내 3차 북미정상회담 무대가 다시 열릴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앞서 북미가 2차 회담의 결렬 원인을 놓고 이례적으로 진실공방을 벌인 것도 머지않은 협상의 주도권을 염두에 둔 정치 행보라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북미가 공방을 벌이면서도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히는 데 주목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한과의 핵 담판이 결렬됐지만, 앞으로 몇 주 이내에 합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도 2일(현지시간)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우린 많은 진전을 이뤄냈고, 이 진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재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도 조선중앙통신이 '회담 결렬'을 언급하지 않고 생산적인 대화들을 계속 이어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3차 회담을 약속하진 않았지만 서로 대화의 창구를 열어놓고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중재 역할을 떠맡은 문 대통령 행보에 따라 3차 회담 운명이 맡겨진 셈이다. 김상기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안에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개최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며 “북미 양자의 목표는 변하지 않았고, 대화 협상 재개 의지를 분명히 보이고 있다는 점, 그리고 북한의 경제 압박은 물론 미국도 내년 대선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아 결국 타협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2차 북미회담에서 양국은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 등에는 일부 사안에서는 의견이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부분도 향후 협상에 있어 긍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향후 전망을 두고 부정적 시나리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 중재안에도 양국이 전혀 움직임이 없다면 북미 간 경색 국면은 장기전이 될 수도 있다.

북미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 협상을 무산시키면서까지 좁힐 수 없는 의견 차이를 확인했다. 양측의 일부 양보가 없다면 협상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