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타이밍

[데스크라인]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 타이밍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도 출생·사망 통계 결과에 따르면 합계 출산율이 0.98명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여성이 평생 출산하는 아기가 1명에도 못 미친다. 낮은 출산율과 증가하는 수명으로 한국은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 불과 7년 후인 2026년이면 한국 전체 인구의 20%를 노인이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질병 치료를 넘어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해 미리 병을 추측하고 관리하는데 관심이 높다. 이미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공룡 기업들이 헬스케어 혁신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 JP모건과 함께 헬스케어 산업 진출을 발표했다. 애플은 헬스케어 플랫폼 헬스키트를 운영하며 심전도 측정과 애플웨어 건강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구글은 2015년 생명과학 분야 자회사 베릴리를 설립하고 글로벌 제약사, 의료기기 기업과 협업하며 헬스케어 분야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ICT 공룡 기업이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드는 '건강'은 국적과 인종을 불문한 인류 공통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다른 산업에 비해 경기 변동에 민감하지 않고 진입 장벽도 높아 시장을 선점하면 지속 가능성이 짙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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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을 노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도 활발하다. 우리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성장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높은 수준의 의료 기술력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스마트폰 보급률은 95%로 77%인 미국보다 높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라고 불리는 데이터가 빠르게 쌓이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경제 성장 침체와 사회 이슈를 해결하는 열쇠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주요 서비스인 원격의료의 이용 인구가 20% 늘어날 경우 약 2조3000억원의 시장이 형성된다. 관련 장비 시장은 4000억원, 고용 창출 효과는 3만여명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규제는 스타트업은 물론 기존 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사업에 진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혁신적인 헬스케어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해도 한국에서는 사업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헬스케어와 ICT가 융합해 개인 건강 및 질병을 관리하는 산업이다. 컨설팅 전문 기관 KPMG의 조사에 따르면 100대 세계 헬스케어 스타트업 가운데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놀라운 건 세계 100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가운데 75%가 국내에서 사업을 할 수 없다. 44%는 의자와 환자 원격의료 금지 때문에 한국에서 사업이 제한을 받는다. 24%는 소비자직접의뢰(DTC) 유전자 검사 항목 제한 규제로 발목이 잡힌다. 나머지 7%는 데이터 관련 규제로 진입할 수 없다.

우리나라 수출을 대표하는 반도체 이후를 고민하자는 목소리는 높다. 그러나 아직도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 초고령화 시대다. 반도체 이후 우리가 투자해야 할 분야는 명확하다. 혁신 경쟁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의료 기술력과 인프라, 디지털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국내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수 없는 진입 규제 제도로는 무엇이 있는지, 장시간 투자해야 하는 인허가 환경으로는 어떤 것을 조성해야 하는지를 살펴보자. 혁신 기술이 도입된 제품과 서비스는 최소한 다른 국가와 유사한 시기에라도 출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3~5년 뒤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이 국내에 진입했을 때 이에 대항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규제로 인해 혁신 타이밍을 놓쳐서는 안 된다.

김인순 SW융합산업부 데스크 insoon@etnews.com